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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혼자 사는 여자》 : 백두리

《혼자 사는 여자》 : 백두리

 

 

에세이에 꽂혔을 즈음에 빌린 <혼자 사는 여자>. 사실 도서관에서 5권을 빌렸다가 2권은 도저히 다 읽질 못하겠고, 나머지 3권만 완독했는데, 그중 하나다. <혼자 사는 여자>는 내가 빌렸던 5권의 책들 중 베스트 초이스는 아니었다. '혼자 사는 여자'라는 제목과 자취 12년차 싱글녀의 웃픈 서울살이, 웃픈 서른살이 라는 부제가 마음에 들었지만, 표지의 그림이 귀엽다기보단 다소 무서운 편이어서(?) 책이 영 손에 잡히진 않았다. (약간 공포스러운 이토 준지 그림체가 생각나기도) 그런데 의외로 내용은 공감할 만한 요소가 가득가득한 에세이였다.

 

| "서른 속엔 '어른'이 들어 있어서 어려운 건가봐."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이 책의 글과 그림을 모두 담당했다. (이 책 외에도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어른으로 산다는 것> 등에 일러스트를 담당했단다) 이 책에서 그녀는 대학 입시를 위해 서울살이를 시작해 12년차에 들어선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내보인다. 큰 소재는 보통 이런 에세이가 그렇듯 자취, 싱글, 서른, 일, 가족이다.

 

| 글도 좋지만, 내용과 어울리는 그림에도 만족

 

내가 공감했던 에피소드가 몇 개 있는데, 하나는 서른이 되면 뭐라도 될 줄 알았다는 것. 이 나이쯤 되면 어느 것에도 휘둘리지 않는 굉장한 어른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29 대신 30이면 0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멘트가 있는데, 항상 내가 생각해왔던 거라 놀랐다. 29인 지금 얼른 20대의 끝을 넘기고, 서른이 되어서 0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그 마음이 여기에 있었다. 또, 혼자 살고 있는 집에서 아무리 휴식을 취해도 원래 부모님과 살던 집에서의 휴식과는 다르다는 말. 시간이 흐르니 혼자 사는 집이 진짜 집 같다는 느낌까지. 이런 사소한 에피소드는 독립을 하고, 집을 나와 사는 내겐 좋아요를 아낌없이 주고 싶을 정도다. 

보통의 에세이 외에, 스페셜 페이지처럼 작가의 일상을 엿보는(직접 작가가 손으로 쓰고, 그린) 페이지도 있다. 본의 아니게 키우게 된 달팽이, 일상의 활력소가 되는 반려식물들 이야기가 볼만하다. 혼자 사는 방법에는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느낌도 받고, 가족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선 그야말로 웃프다. (집 나간 딸은 명절이 되면 모두 도둑년이 된다는 이야기 같은?) 

 

| 아닌 척해도 소용없어

 

꽤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재밌어서 순식간에 다 읽어버린 책이다. 혼자 사는 이가 있다면 선물로 안겨 주고 싶어진다.

 

 

내면을 가꾸다가도 외모에 주눅이 들고, 로맨스를 찾다가도 조건에 끌리고, 안정을 바라다가도 모험을 꿈꾸고, 평등을 바라면서 보호받길 원하고, 주목받고 싶지만 부끄러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