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리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 정희재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 정희재

 

 

도서관에 들렀다가 제목에 이끌려 빌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원체 생각도 너무 많고, 걱정도 사서 하는 성격이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무엇인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싶었다. 부제도 기가 막히다. '열심히 일해도, 아무리 쉬어도, 그 무엇을 사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이다. 어쩜 이렇게 가슴을 후벼파는지.

 

 

아무런 정보 없이 제목만 가지고 고른 이 책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이외에 다양한 권리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냥 푹 쉴 권리', '나잇값 하지 않을 권리', '더 노력해라라는 말을 거부할 권리', '사교적이지 않을 권리', '고전에 짓눌리지 않을 권리' 등등. 생각해보면 정말 우리에게 다양한 권리가 있는데 그런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사회의 암묵적인 동의에 짓눌리며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사회적인 패턴에 발을 맞추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실패한 것 같은 인생. 그치만 책에선 이에 대해 '괜찮아, 대세에 지장 없어, 각 잡지 않아도 돼'라면서 스스럼없이 꾹 닫았던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어떤 책을 읽으면 사색은 조금도 이루어지지 않은 한없이 가볍다 싶은 글을 만나곤 한다. 대체 어떻게 이런 책이 세상에 나온 걸까, 이 사람은 어떻게 작가가 된 걸까 싶을 때가 있는데 이 책은 다행히 그런 지점이 없었다. 작가가 세월을 따라 침묵과 사색의 시간을 가져 왔음이 글 전체에서 느껴진다. 문장이 때론 시처럼 아름답고, 우아하다. 인용도 적절하다.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인간은 미래를 걱정하는 유일한 동물이다'라는 것. 미래에 대한 고민이 너무 많은 내게 '인간이니까 당연한 거야'라는 위로를 주었고, '과잉은 결핍의 다른 이름'이라는 어느 내용에서 요즘 내가 한 일들이 어째서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결핍이 있다면 그 부분을 보강하면 될 텐데, 엉뚱한 부분을 붙잡고 뜯어고치려고 했구나 싶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세상 참 아둥바둥 살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어차피 끝은 있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갈 권리가 내겐 있는데 말이다. 

철저히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위로는 받고 싶지만 아무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