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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낢이 사는 이야기 4》 : 서나래

《낢이 사는 이야기 4》 : 서나래

 

 

| 벚꽃벚꽃, 봄 분위기 물씬 나는 표지

 

'~해라', '~하지 마라'라는 류의 자기계발도 꽤나 좋아하는 수동형 인간이다. 어쩔 줄 모를 때 명쾌하게 방향을 딱딱 꼬집어 주는 그런 책들이 좋았다. 지금도 싫지는 않은데, 어쩐지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도 그렇게 명쾌하게, 인간답게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요즘 참 많이 든다. (그렇다보니 그런 책에 손이 잘 가지 않고, 읽으려 해도 논문조작, 허위 경력 등의 사례가 종종 나오는 우리나라 작가들보다는 미안하지만 외국의 작가들에게 끌린다.) 

 

 

<낢이 사는 이야기>를 이야기하기 위해 멀리 돌아온 것 같다. 도서관에 꽂힌 수많은 책 앞에서 마음을 다 잡기 위한 자기계발류의 책을 읽어볼까 하고 생각했으나 '열심히 하지 않아서' 내가 힘든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더 열심히 하기 위한 채찍질이 아니라 '괜찮아, 까짓 거'하고 옆에서 웃겨주는 책이 더 필요했다. 책을 읽는 동안 새로운 지식을 꾸역꾸역 넣어서 머리를 혹사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간만에 읽은 <낢이 사는 이야기>는 최고의 힐링북이었다. 

아, 찌질한데 사랑스럽고, 귀엽고, 따뜻하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일상과 생각들은 작가소개랑 그 밑에 몇 마디로도 충분히 느껴진다. "열심히 살아야지 싶기도 하고, 귀찮으니 대충 살면 안 되나 싶기도 한데, 고양이 울고 배는 고프니 일단 밥이나 먹고 시작해 볼까"  

 

 

 

사랑스러운 사람들에 둘러싸인 사랑스러운 일상들. 건망증 심한 엄마와 술이 취해도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은 절대 없는 아빠, 때때로 누나를 비웃고, 용돈이나 달라고 하는 동생, 그리고 자주 군것질을 스틸해가는 직장상사와 웃기는 친구들. 너무 사소한 일들뿐인 일상이라 더 좋은 만화였다. 이런 것들을 보며 아무 생각없이 웃고, 재밌어 하는 나른한 날도 때론 필요하다. 잘 모르는 그녀지만 덕분에 힘이 났다. 언제나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도록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을 만화로 그리고, 그걸 읽으면 내가 또 행복해지고, 선순환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