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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어른 초등학생》 : 마스다 미리

《어른 초등학생》 : 마스다 미리

 

 

| 이봄에서 받은 <어른 초등학생>

 

<어른 초등학생>. 제목만 봐선 어떤 내용일까 감이 오질 않았다. 마스다 미리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경험에 대해 추억하는 내용일까 하고 추측해볼 뿐이었다. 책은 양장인데, 페이지가 두껍지 않은,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어른 초등학생'이라는 귀여운 제목과 가슴속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소중한 감정들에 관한 부제가 이 책이 가진 감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쓰담쓰담 한 차례 책을 만져보고, 어떤 책일까, 기대감을 잔뜩 안고 책을 열었다.

 

 

| 어린 마스다 미리와 어른인 마스다 미리의 대화

 

<어른 초등학생>은 마스다 미리의 만화와 에세이를 동시에 담아냈다. 만화는 어린 아이인 마스다 미리가 질문을 하면, 어른인 현재의 내가 대답하는 구성이다. "공부해서 도움이 된 게 있어?"라는 다소 황당하지만, 지극히 아이다운 순수함이 묻어나는 질문들이다. 전체 페이지를 생각하면 몇 차례 나오지 않지만, 그림체도 가볍고 내용도 사랑스럽다.

에세이는 예상과 달리 단순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니라, 어린 시절 읽었던 그림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동화가 주를 이뤄서 그런지 글 한 편을 읽을 때마다 마음의 때가 하나씩 벗겨지는 느낌이 든다. '와, 어쩜 이렇게 아이같은 감성을 지닐 수 있나'라는 감탄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가만, 나는 어릴 때 어떤 책을 읽었더라?'하고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종이학을 타고 오빠와 동생이 우주를 여행하는 이야기, 꽃이 고유의 꽃말을 가지게 된 이야기를 담은 동화가 몇 개 기억이 났다. 어렸을 적엔 지금처럼 많은 책을 읽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동화책을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도 조금 생겼다.  

 

| 가장 사랑스러웠던 체코 여행기

 

책에서 가장 사랑스러웠던 장면은 어렸을 적 읽은 그림책을 찾아 프라하를 찾았던 마스다 미리의 여행 부분이었다. 제목은 모르고, 스토리와 그저 동유럽의 어느 그림책이라는 단서를 가지고 마스다 미리와 일행은 프라하의 책방을 뒤지기 시작한다. 어느 서점의 직원 덕분에 겨우 책의 제목을 알아내고, 마스다 미리는 어느 책방에 들어갔다가 그토록 원하던 그림책을 손에 넣게 된다.

어릴 때 읽은 그림책을 어른이 되어 낯선 나라에서 찾아낸 기쁨이 극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뭉클했다. 그리고 별 건 아니지만 나도 이렇게 열렬히 사랑하는 책이 있었으면 하고 부러웠다. 에세이도 자체도 물론 좋았지만, 프라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 건 마스다 미리의 아기자기한 그림이 한몫했다. 많은 컬러를 쓰지 않았는데도,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문득 '내가 어른이 되었구나' 싶어 우울한 날 꺼내서 읽어보면 조금 위로가 될 듯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