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나는 JTBC <썰전>의 오랜 팬이다. 시간을 맞춰서 꼬박꼬박 챙겨보진 못해도, 어떻게든 몰아서라도 찾아보는 편이다. 그 <썰전>의 새로운 논객으로 유시민이 나왔다(나온 지는 조금 되었지만, 어쨌거나). 진보주의자를 자처하는 유시민은 한때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냈으나 정치적으로 풍파를 겪고, 정치 은퇴를 선언, 지금은 방송 및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사실 <썰전>을 챙겨보긴 하지만 정치에 대해선 문외한이라 유시민이라는 이름을 정치인이 아닌 작가로서 더 잘 알고 있던 터였다. 신간이 나오면 어느 정도 고정 판매부수를 확보하는 성공한 작가라 생각했던 그가 <썰전>에서 보인 신사적이면서, 차분하고, 논리적인 모습에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신념을 지닌 인물인가 호기심이 일었다. 그러다 뒤늦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만나게 되었다.
| 본인이 직접 쓴 작가소개가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2013년 그가 정치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인생의 포문을 열었던 책이기에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은 어떻게 살 것인가, 2장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3장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4장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이다.
그가 이 책을 쓸 즈음에 쉰다섯의 중년이었는데, 읽으면서 굉장한 깊이와 사색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정치, 철학, 역사, 그외 기타 등등 수많은 이야기가 갈래를 뻗어 나오는데도 이상하게 어렵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유시민이 방송에서 글쟁이를 자처하고, 또 그만큼 판매량을 확보한 작가가 된 데는 필력이 오롯이 그를 받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보와 보수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쉽게 설명한다! 또, 자신은 '먹물 근성'이라 글이나 자료에 의지한다고 본인을 낮추었지만, 글마다 곁들인 참고문헌들의 정보를 보며 그 꼼꼼함에 절로 감동했다. 그런 자료들이 바탕이 되어 있으니 글도, 작가에게도 신뢰가 가고, 글을 읽으면서 얻는 것도 많았다. 이런 게 진짜 작가구나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달까.
|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글의 구성이나 정보력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을지 흔적이 느껴졌다. 나답게 살아가는 것, 재능 없는 열정, 어떻게 늙고, 죽을 것인지, 정치가에서 글쟁이로 돌아온 소회 등이 솔직하게, 그러나 깊이 있게 담겨 있다.
예전에는 별로 진지하게 생각했던 적이 없던 삶, 죽음, 늙음, 행복 등에 대해 최근 들어 많이 생각한다. 그러나 혼자 하는 생각은 번번이 같은 결말로 끝이 나는데 나보다 20년 이상을 더 먼저 산 어른의 이야기를 들으니 힘이 된다. 내가 그 나이가 되면 저런 고민을 하고 있겠구나, 지금은 조금 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도 되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생각해보면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인데, 그가 겪어온 일들에 위안도 얻고, 앞으로의 그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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