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 : 마스다 미리
일을 시작하기 전 내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원하던 일을 찾았다. 처음 일을 배울 땐 하나하나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박봉에,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 매일 반복되는 일이 슬슬 지치기도 했다. 그런 날들을 거쳐 일하다 보니 누군가에겐 '겨우?'라는 느낌일 뿐이지만, 나는 어느덧 4년 차가 됐다. 그 사이 대리라는 직급도 생겼다.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를 읽으면서 4년간 일하면서 느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수짱 시리즈도 좋았지만, 그녀의 모든 작품들을 통틀어서도 이만큼 공감한 적은 없었다. 이 책은 마스다 미리의 만화 데뷔작으로, 그녀가 회사를 그만두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기 전 직장인으로 일했던 6년간의 일을 에피소드로 모은 것이다. 그녀 자신의 실제 경험담도 있지만, 주변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대화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도 있다고 책에는 적고 있다. 사실 에세이가 아니라 만화라서 가볍겠지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들었다. 그런데 '뭐야 직장인들은 다 똑같은 마음인 거야?' 싶을 만큼 내 속을 훤히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래서 그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가볍게 스치는 게 아니라 꽤나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그래, 맞아'라는 끄덕임과 함께.
일하면서 봄이면 마음이 설레서 사무실에 있는 온종일 마음이 답답했고, 학생을 졸업하고 방학도 없이 아침잠 많은 내가 매일아침 출근하는 것도 곤욕스러웠으며, 한때는 대단한 보람이라도 있는 듯했던 일들이 '이게 다 뭐라고' 싶은 날들도, 퇴사하고 훌쩍 여행을 떠나버릴까 싶은 마음도 수차례였는데 이런 내 마음이 책에 다 있었다. 심지어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는지 혼자서 고민하는 거나, 앞으로 미래를 위해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계획하고, 미루는 그 습관들마저 닮아 있다.
이런 우울한 느낌 말고도 동료들이랑 수다 떠는 재미나, 일하다 인정받고 기분이 좋아졌던 일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느끼는 희노애락이 모두 만화로 그려졌다. 가족, 일, 미래 여러 가지 키워드의 총집합인데, 여자라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
놀라운 건 이 책이 2001년에 처음 나왔고, 2006년에 개정을 한 책으로, 10년 전 글이라는 것. 10년 전 글이라니 공감은 될까 싶었는데, 어쩜 이때나 지금이나 직장인들은 별로 변하지 않았는지. 처음 보는 마스다 미리의 당나귀 그림도 귀여웠고, 초기작이라 그런지 그녀가 말하려고 하는 것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그녀가 조금이라도 어릴 적에 쓴 글이라서 나이대가 맞아 그런지 더 괜찮다. 4년차가 되면서 언제까지 한 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6년 동안 한 회사에 묵묵하게 다녔던 마스다 미리 덕분에 은근히 힘도 났다. 이번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는 기대 이상의 힐링북인 듯!
*이 책은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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