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리뷰

《태도에 관하여》 :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 임경선

 

 

 

작가 '임경선'에 관해선 작품은 읽어본 적 없지만, 캣우먼이라는 필명과 tv에서 잠깐 얼굴을 비쳤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한번 읽어봐야지 하는 어설픈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도서관에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그녀의 책을 마주하여 골랐다. '태도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심플한 스트라이프 표지가 인상적인 이 책이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하는 호기심이 일었는데, 이 책은 그간 상담과 저술 활동을 하면서 그녀가 내내 이야기해오던 것들이 '태도'와 관련된 것임을 알고,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 이 다섯 개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본문을 읽기 전 작가의 프롤로그를 읽었다가 든 생각은 '찾았다!'였다. 그간 마스다 미리와 히가시노 게이고에 올인하며 좀처럼 마음에 드는 작가를 찾을 수 없었는데, 생각과 문체가 맞는 여성작가를 오랜만에 만난 것이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단호함, 옳은 걸 옳다라고 할 수 있는 솔직함, 거침 없이 자신의 치부(약점)를 드러내는 과감함, 그리고 자신의 취향을 자신 있게 밝히는 섹시함이랄까.

그녀는 한때 광고회사에서 일했던 직장인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암이라는 중병에 걸려 일을 그만두기에 이른다. 그렇게 일을 그만두게 된 그녀는 회사에 묶이지 않으며, 집에서 조용히 할 수 있는 일은 '글쓰기'라는 사실에 입각해 프리랜서 전업 작가로 일하게 된다. 보통의 작가들에게서 들어왔던 '태생이 작가, 작가는 일생의 업'과 같은 고고한 태도는 볼 수 없어 오히려 흥미로웠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퇴직을 생각하며 혼자서 외국으로 떠나버렸던 일이었다. 그녀는 긴 휴가를 내어 혼자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어 앞으로의 앞날을 생각해보겠다며 떠났으나, 생각했던 것만큼 낭만적인 일은 아니었으며, 서울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고백한다. 나와의 대화를 위해 떠났으나, 그런 일은 굳이 외국에 가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고. 꼭 떠나야만 뭔가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 때로 혼자서 길게 떠나 이 일을 계속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볼까 하는데, 어쩌면 혼자에 익숙하지 않은 나도 이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낯선 곳에 닿기 전 두려움에 앞선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 여행에서의 찌질한(?) 고백이 왜 이렇게 좋았던지.

책에는 다섯 가지의 태도를 언급한 다음, 김현철 정신과의사와의 대담도 많은 페이지에 할애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나와서 당황과 반가움이 교차했다. 이들은 다섯 가지 태도와 함께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중 '꿈은 없어도 좋다'라는 부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