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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뷰티풀 라이프》 : 다카기 나오코

《뷰티풀 라이프》 : 다카기 나오코

 

 

일러스트레이터 다카기 나오코의 책을 읽은 건 처음이지만, 사실 오랫동안 관심을 두긴 했다. (서점에 가면 만화코너에 그녀의 책들이 여러 권이어서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 없었다!) 그러다 최근 아마존 재팬을 돌아다니다가 '혼자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낸 책을 훑어보다 뒤늦게 그녀의 책이 격하게 읽고 싶어졌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려니 2일 이상이 소요된다기에 오프라인(종로)을 돌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대신 <뷰티풀 라이프>가 있었다. 다른 게 더 읽고 싶었으나 서점에 온 이상 다카기 나오코의 작품 중 하나는 들고 가야 할 것 같아서 결국 구입하기로 했다.    

 

 

뷰티풀 라이프는 전 2권으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나고야에서 도쿄로 상경해 알바생으로 살아가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카툰에세이다. 4평짜리 방에서 24살 때부터 무려 4년 동안 일러스트레이터가 될 수 있다는 확신도 없이 생활을 위협하는 통장 잔고, 빡센 알바 속에서도 차근차근 꿈에 나아가는 이야기다. 분명 힘들었을 법도 한데, 특유의 낙천성과 따듯한 시선이 만화에 녹아 있다. (만화가 따듯해서 그런가 엄청 치유받는 느낌이다) 그리고 적당한 게으름도 그려져 나 같은 귀차니스트에겐 공감대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뷰티풀 라이프>에는 주로 알바 일상이 담겨 있다. 비디오 대여점 면접, 두근두근 경품 알바, 이상야릇 통신 판매 알바, 호텔 조식 서빙 알바 등등. 그러는 한편 같은 꿈을 꾸는 지망생과의 정뵤 교환, 눈물의 온천 여행, 첫 도쿄 개인전, 홈페이지 개설 등 잔잔한 그때의 일상도 다룬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 포기하지 않고 꿈에 다가가는 긍정성,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인간애, 가족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아르바이트 문화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이런 알바도 있어, 하기도 하고, 철저하구나 싶기도 하고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만화도 귀여워서 좋다.

 

격하게 읽고 싶었던 책이라 사자마자 단숨에 비닐커버를 뜯고 읽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집에서. 만화라서 책을 느릿느릿 읽는 나도 금방 읽어버렸다. 이 책이 괜찮으면 다른 책들도 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하나씩 사야 될 것 같다. 좋아하는 작가를 발견해서 통장 잔고가 또 줄어들겠지만, 마음은 묵직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