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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편집후기

[편집후기] 어쩐지 두근거려요

[편집후기]

《어쩐지 두근거려요》


 소심한 여행자의 사심가득 일본여행기





#잘하고 싶었던 책

기획을 오래전부터 욕심을 내왔다. 시리즈인 가이드북도 한 권 한 권 만들어내는 보람이 있긴 했지만, 그게 5권이 되고, 10권이 되고 했을 즈음부터는 어딘가 틀에 갇히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에 따라 작업속도도 빨라지고, 익숙해져가는 걸 느꼈지만 어쩐지 무서웠다. 하지만 기획회의를 하고 막상 새롭게 시작을 했어도 문제가 있었다. 괜찮은 기획이었어도 작가섭외가 안 되면 꽝이었고, 내 취향이면서 출판 트렌드를 맞춰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데다가, 섭외대상에 오른 저자들은 신인이 대부분으로, 원고쓰기부터 온갖 복잡한 출판과정을 알려주면서 끌어나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쏠트 작가님을 만나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속된 그림요청에도 방긋방긋, 오히려 편집자를 위로해주기도 하고, 생각지 못했던 센스로 번뜩이는 페이지를 구성해주기도 했다. 다른 건 몰라도 말년 운은 있었다.   


#결정장애의 최후

책의 내지, 그러니까 본문 시안을 잡는 데에도 굉장한 시간이 걸린다. 이때 책의 분위기, 텍스트의 분량, 폰트 등을 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왕좌왕했던 본문 시안 시기를 벗어나서 한숨 놓나 했더니 그림이 계속 모자라고, 원고는 지역이나 시간순 배열이 아니라 소재별이라 독자들이 헷갈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되고, 일본을 좋아하는 내 취향이 듬뿍 담긴 책이라 좋으면서도 일본에 한정된 여행에세이라는 점이 맘에 걸리기도 하고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본문이 마무리되는가 싶으니 이번엔 표지의 형태는 띠지냐, 싸바리냐, 없이 가느냐, 표지 그림은 풀일러스트냐, 누끼냐 등. 답은 없는데 취향은 사람마다 다들 갈려서 시안만 10차까지 갔다. 제목도 20개 정도 주루룩 늘어놨다가 결정이 됐는데, 이게 맞나 싶어서 자신도 없어져서 새 후보가 등장하고 정신없었다. 마지막까지 '어쩐지 두근거려요' vs '취미는 여행'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은 원래대로. 책 만드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는 걸 느꼈고, 몸은 편한데 정신적으로 정말 부담감이 굉장했다.


#이번 책의 나름의 포인트는,

나의 온전한 기획책이니 나름 신경을 썼다. 최근에 회사의 분위기가 바뀌어 새로운 시도들, 이를 테면 4종 엽서세트, 스티커, 저자 사인본 등을 했는데 이 책에도 그런 시도를 해보자고 한 것이다. 그래서 초판한정으로 작가님의 그림을 모아 '스티커'를 만들었다. 2종인데 다이어리에도 붙이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기대중. 특히 빨간 도쿄타워가 기대 1순위다.

'일러스트여행에세이'를 생각하면서 진행하려고 보니 의외로 사진+그림+글이 몽땅 들어간 것은 별로 없었다. 사진+글이거나 그림+글 이렇게 쪼개졌다. 만들면서 왜 그런 책이 없었는지를 실감했는데, 3개를 조화시키가 어려웠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 어려운 걸 해낸 책인 셈이다.

이번 책은 꾸준히 마케팅을 했으면 해서 사전연재도 하고 싶었다. 출판사에서 포스트를 발행할까 하다가, 작가님의 힘을 이용하기로 했다. 작가님이 직접 포스트에 직접 연재를 하기로 한 것. 보통 사전연재는 출간 전에 끝이 나는데, 이번엔 책이 나온 후에 정기적으로 책에는 싣지 못했던 내용을 더 담아서 책을 더 깊게, 더 오래 느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