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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게임의 이름은 유괴》 : 히가시노 게이고

《게임의 이름은 유괴》 : 히가시노 게이고

 

 

재정가도서였던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인데도 나온 지 좀 되어선지 저렴하게 판매하길래 잽싸게 샀었다. 거기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보다는 초기작들 특유의 고전미(?)랄까, 그런 걸 좋아하기도 했었고, 지금 안 사면 이 표지가 아닌 다른 표지로 나올 것 같은 예감에 구입했더랬다. 그리고 한참 동안을 방치했고(예전에 써놓은 구매 후기를 찾아보니, 작년 5월에 샀다..).

 

 

<게임의 이름은 유괴>는 범인과 인질이 파트너가 되어 유괴 게임을 펼친다는 이야기다. 일본에서 영화화된 소설인데, 그 때문에 표지에도 그 부분을 강조해 넣었다. 책을 다 읽고 역자 후기를 보니, 영화화가 되고 일본에서도 꽤 인기를 얻은 모양이었다. 결말은 원작과는 조금 다른 형태였다고는 하는데, 크게 기존의 플롯을 따른다면 영화로 보기에도 손색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세한 줄거리는 이렇다. 광고기획사에서 일하는 사쿠마는 머리 좋고, 능력 좋은 남자다. 그런 그가 맡고 있는 광고 기획이 기업의 부사장에 의해 좌절되는 굴욕을 당한다. 잘나가던 비즈니스맨이었던 그는, 자존심이 있는 대로 상하게 되고, 복수심에 불탄다. 그러던 어느 날, 부사장의 집에서 담장을 넘는 여자를 목격하게 된다. 그녀는 부사장의 딸로, 자신이 첩의 자식이란 이유로 가족에게 멸시를 받은 채 살아왔다고 밝힌다. 가족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와 부사장에게 복수하고 싶은 사쿠마는 의기투합해 유괴 계획을 세우고, 전대미문의 게임을 벌이게 된다.

 

 

여기서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형이라고 할 만큼 외모도, 능력도, 게다가 추리능력마저도 좋은 남자와 예쁘고, 어리고, 매력적인 여성이 등장한다. 전혀 관련이 없는 이 두 주인공 주리와 사쿠마의 만남, 치밀한 유괴계획, 묘한 분위기, 가정사와 회사의 이야기 등이 얽혀 차근차근 진행되는 게임은 늘 그랬듯이 나를 단숨에 스토리에 빨아들였다.

그렇게 진행된 게임이 너무도 쉽게 마무리될 무렵, 작가는 하나씩 하나씩 밑밥을 깔아뒀던 걸 회수하기 시작한다. 등장인물은 언제나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걸 상기시키면서. 사실 뒤틀린 관계가 수면 위로 오를 때쯤, 정체의 비밀이랄까. 그 정도는 재빨리 눈치챌 수 있었다. 혹시?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씩 들어맞을 때의 쾌감. 그렇지만 이후의 협상이랄까 뒷부분부터는 어디로 결말이 튈지 예측할 수 없었다. 죽인다면 어떻게? 살린다면 왜? 살리고 난 다음엔 또 어떻게? 처럼.

분명히 재미도 있었고, 끝으로 갈수록 스스로 느끼기에도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걸 알았지만, 그의 다른 작품과 비교하면 평작 정도의 작품이었다. 인생은 게임일 뿐이며,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사쿠마의 생각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정성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지만 그러기엔 메시지가 다소 얄팍하다. 오히려 인물의 관계와 상징을 들여다보는 게 더 곱씹기에 좋았다. 인물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의 따라 얼마나 이미지가 달라지는지.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퍽 놀랍진 않았던 7점 정도의 평작.

 

 

 

리뷰 쓰려고 사진 찍은 김에, 히가시노 모음으로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