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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리버스》 : 미나토 가나에

《리버스》 : 미나토 가나에

 

 

11월 즈음, 경의선 책거리에 갔다가 김영사의 책코너에서 하루키 에세이와 함께 데려온 미나토 가나에의 <리버스>. 바로 읽어야지 했었는데, 읽을 책들이 너무 많이 쌓이다 보니, 읽을 책 리스트에서 조금 밀리게 되었다. 하지만, 계속 해서 침대맡에 둘 수 없어 꺼내들었다가 단숨에 읽었다. <고백> 이후로 인생작을 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그녀지만, 책을 읽을 때마다 역시나 미나토 가나에잖아, 하는 감탄이 든다. 이 책도 그렇다.   

 

 

평범한 직장인 '후카세'.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커피이고, 그가 유일하게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도 커피다. 그런 그는 퇴근길에 들르는 원두 전문점 '클로버 커피'에서 '미호코'라는 여성을 만나 교제하게 된다. 무채색이었던 그의 인생에, 드디어 활기가 띠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는 찰나, 여자친구에게 '네 남자친구는 살인자'라는 고발장이 날아든다. 여자친구의 추궁에 몇 년 전 일어난 불의의 사고를 털어놓게 된다. 이후, 사고가 났던 그날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도 똑같이 살인자라고 적힌 고발장이 전해지는데…. 

 

 

커피를 좋아하는 주인공을 내세웠기 때문일까. 다양한 원두가 등장하고, 커피의 맛과 향을 담아낸 글을 보면서 어디선가 커피향이 언뜻 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책이다. 그런 동시에 커피를 떠올릴 때의 느낌, 느긋하고, 안락하고, 감미로운 그런 분위기를 기저에 깔고, 천천히 마지막 반전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책이었다. 잔잔한 분위기에 마음을 놓았다가, 마지막 한 문장을 읽고선 아주 시원하게 뒤통수 세게 후려맞게 된다. 범인이 누구인가를 알아맞히는 데에 급급해서 작가가 의도하는 대로 사뿐사뿐 따라갔는데, 이런 충격이라니, 아주 기분이 좋아졌다. 개인적으론, 그녀의 작품 중 베스트 3까지 드는 책이었다.   

 

 

미나토 가나에는 책을 쓰기 전에 캐릭터들의 프로필을 꼼꼼하게 짜놓는다고 들었다. 각각의 인물을 아주 꼼꼼하게 분석해서, 이 인물이라면 충분히 생각할 만한 것과 행동들을 치밀하게 엮어나간다는 것이다. 그런 결과 그녀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그녀의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인간의 악한 본성을 아주 철저하게 까발린다는 것인데, 그건 이 책에서도 역시 빛났다. '아사미'가 자신은 장래의 교사될 테니, 위험한 일은 할 수 없다며 선을 긋는 일을 지적하는 것이나, 후루카와와 후카세가 만나 위에 있는 사람 아래에 있는 사람으로 등급나누듯 하는 것이나, 후카세가 세미나 동료들을 대할 때 편을 두고, 4:1인지, 3:2인지 계산하는 것이나가 그랬다. 묘한 열등감과 우월의식으로 점철된 그 부분들이 반전도 반전이지만, 미나토 가나에 소설의 진짜 매력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