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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무코다 이발소》 : 오쿠다 히데오

《무코다 이발소》 :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서 국내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오쿠다 히데오. 그의 신간이 이번에 나왔다. <무코다 이발소>라는 제목으로, 유쾌해보이는 캐릭터와 은색 나무 겨울을 연상케하는 표지의 책이다. 개인적으로 그간 나왔던 오쿠다 히데오 책들 중 가장 은은하고, 심플한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역자도 일본소설을 읽는 이라면 누구나 알아채는 '김난주'라는 이름이 보여서 혹- 하는 포인트도 있다(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처음 오쿠다 히데오의 신간이 나온다는 말에 '오!' 했다가, '쇠락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얘기에 '오?' 했었다. 이야기가 자극적이어도, 등장인물이 화려해도 독자들의 눈을 끌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과연 괜찮을까 하는 초심자의 걱정이 있었다. 일단 한번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이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무코다 이발소>는 한때 탄광산업으로 번성했으나 지금은 쇠락해버린 시골 마을 도마자와를 배경으로 한 연작집이다.

'무코다 이발소'에선 난데없이 가업을 잇겠다고 귀촌해버린 아들을, '중국에서 온 신부'에선 실연의 상처를 입었던 동네 노총각 다이스케와 중국에서 온 명랑 신부를, '조그만 술집'에선 10년 만에 생긴 도마자와 술집과 그곳 주인을 두고 벌이는 남성들의 경쟁(?)을, '붉은 눈'에서는 영화 촬영 유치로 들뜬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 책은 일본판 전원일기다.

 

시골 배경에, 50대 아저씨가 주인공이라니 재밌을까 싶었는데, 묘하게 빨려들어간다. 일본의 어느 독자는 "읽다가 내릴 역을 지나칠 뻔했네요"라고 해서 그 정도인가 했는데, 읽어보니 이해가 된다.  자극적인 묘사도, 스펙터클한 전개도 없지만 무심한 듯 진심 어린 주인공 '무코다'를 보면 마음이 찡해지고, 웃음이 난다. 뿐만 아니라 정 많고, 때묻지 않은 시골 사람들의 투닥거리는 모습도 한없이 정겹다.

 

 

가업을 잇겠다고 돌아온 아들을 보며 도마자와엔 미래가 없다며 씁쓸해하고, 내심 도시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꽁꽁 숨어버리려 해도, 다정한 말로 포용하려는 시골 사람들의 모습도, 이웃집에게 큰일이 일어났을 때 걱정스러운 마음에 돌아가면서 음식을 들고, 그 집을 방문하는 모습도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병원이나 편의점이나 도시에서 즐길 만한 것들도 없고, 겨울도 재빨리 찾아와 한동안 적막에 휩싸이는 마을이지만 이 잔잔한 시골 마을에 한 번쯤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허무맹랑한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라, 쇠락한 시골 마을에 대한 인식, 좁은 공간에서의 교류, 가족과 이웃의 관계 속에서 어느 누구나 공감할 만한 포인트와 현실적인 문제 의식이 엿보였던 따뜻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