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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산산이 부서진 남자》 : 마이클 로보텀

《산산이 부서진 남자》 : 마이클 로보텀

 

 

<라이프 오어 데스>에 이은 두 번째 마이클 로보텀 책. 마이클 로보텀은 스티븐 킹이 극찬한 호주 제1의 범죄소설가. 배리 상, 골드 대거 상 등 굵직한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최고의 작가다. 꽤 발빠른 서평가들 사이에선 이미 '믿고보는 로보텀'이라는 별칭도 있을 만큼 유명한 작가다(난 이제서야 보기 시작했고..).

 

단권으로 끝나는 단행본과 달리 이번에 읽은 <산산이 부서진 남자>는  파키슨병을 앓고 있는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을 등장시켜 시리즈로 내고 있다. 북로드에선 첫 권이지만, 실제로 '조 올로클린 시리즈'라 이름 붙은 것 중에선 3번째에 해당하는 작품(<내 것이었던 소녀>로 이어진다). <라이프 오어 데스>도 그랬지만, 600p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읽기가 망설여졌지만, 책을 펴는 순간 흡인력 있는 텍스트에 온정신을 빼앗기게 되고, 다소 무겁더라도 출퇴근 길엔 항상 함께하게 되는 책이었다.

 

 

원제는 Shatter(산산이 부서지다)이지만, 국내에 출간될 때는 <산산이 부서진 남자>로 바꿨다. 개인적으론, 후자 쪽이 더 강렬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의 내용은 이렇다.

파킨슨병을 앓는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은 영국 서머싯에서, 교수로 새로 부임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현수교에서 투신자살하려는 여자를 설득해달라는 경찰의 요청이 온다. 급히 현장에 출동하는 조 올로클린. 그의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알몸에 빨간 하이힐만 신고서, 당장이라도 현수교를 뛰어내릴 듯한 여자다. 그녀에겐 휴대폰이 들려 있고, 누군가 그녀에게 자살할 것을 종용하는 듯하다. 어떻게든 자살을 막아보려고 노력하는 그에게, 여자는 "당신은 이해 못 해."라는 말을 남기곤 강물에 뛰어든다. 이 일이 있고 얼마 후 비슷한 수법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고, 조 올로클린은 이것이 자살이 아니라 교묘하게 피해자의 마음을 파고든 범죄라고 판단한다.

 

 

 

책의 범인은 금방 밝혀진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범인이 아니라 범인이 왜, 앞으로 또 무슨 일을 벌일 것인가, 그렇다면 조 올로클린과 경찰은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포인트다. 사건의 발생-심화-해결로 가는 과정에서 책에는 범인의 심리를 아주 자세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긴장감이 더 높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사건 설정부터가 흥미로워야 하는데, 범인이 직접 피해자를 해하지 않고, 오로지 전화를 통해서 피해자의 약점을 파고들어 심리를 철저히 무너뜨린다는 것도 좋았다. 사건과 별개로 조 올로클린의 병력이라든가 가족의 내용이 꽤 많이 나오는데 이 또한 지겹다기보다는 사건을 좀 더 촘촘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다(실제로 마이클 로보텀에게 세 딸이 있다는데, 그 경험이 이 책에 많이 녹아든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로맨스가 곁들여진 <라이프 오어 데스>보다는 압도적으로 으스스한 <산산이 부서진 남자>가 더 좋았다. 일단 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무조건 다 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