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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내 것이었던 소녀》 : 마이클 로보텀

《내 것이었던 소녀》 : 마이클 로보텀

 

 

요즘 나의 최애 작가가 된 마이클 로보텀. 원래 일본소설을 주로 파고 영미소설은 드문드문 읽는 편인데 그가 쓴 소설(특히 '조 올로클린' 시리즈) 덕분에 영미권 소설에도 호감이 생기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 <내 것이었던 소녀>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2번째 이야기(국내에서만)

예전에 북스캔에서 나왔던 <용의자>라는 책을 제외하고, 요즘 시리즈로 차곡차곡 나오는 중인데 일단 1권이었던 <산산이 부서진 남자>와 표지의 통일성이 돋보인다. 정체 모를 낯선 곳에서 어디론가 향하는 여자의 실루엣. 그리고 한글판 제목과 그 밑에는 원제(Bleed for Me)를 똑같이 박았다. 분위기 있으면서 묘하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표지가 마음에 든다.

 

 

우리나라엔 최근 알려지기 시작한 마이클 로보텀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알아주는 스릴러 거장. 스티븐 킹이 극찬하기도 했고, <뉴욕 타임스>, <데일리 메일> 같은 저명한 언론은 물론이고, 2015 골드 대거상도 수상했단다. 그니까 아주 핫한 스릴러 작가다.

 

1권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종하는 연쇄살인마가 등장했다면, 2권인 <내 것이었던 소녀>에서는 소아성애자가 등장한다.

조 올로클린의 딸, 찰리와 베프인 시에나는 어느 날, 맨발에 눈에 풀린 채로 조 올로클린의 집 문을 두드린다. 이윽고 그녀의 아버지가 자택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되고, 정황은 시에나가 범인이라고 가리킨다. 순식간에 용의자가 된 소녀, 직감적으로 시에나가 범인이 아닐 것임을 알아챈 조 올로클린은 그의 파트너인 전직 형사 루이츠와 투닥거리는 레즈비언 경감인 로니 크레이와 사건의 진실을 쫓는다. 그러는 사이 속속 드러나는 진실. 시에나가 아버지로부터 성적인 학대를 받았으며, 교사와도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었다는 것. 하지만 그런 사실이 그녀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아님을 증명하진 않고, 대체 그날 밤 자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가.

 

 

마이클 로보텀의 글을 두고, 어디선가 "어둡고, 깊고, 암울하고, 아름다운 글쓰기"라고 했다. 이것만큼 그의 글쓰기를 잘 표현할 순 없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시니컬하고, 날카롭고, 음울한 분위기가 흐르지만, 묘사나 표현은 정말 놀랍다. 특히 클라이맥스에 도달할 즈음엔 글이 눈앞에서 통통 튀기는 느낌이 들 정도다. 또, 사건에 드러나는 사회적 문제의식과 범행의 목적, 범인들의 악랄함과 교묘함, 등장하는 인물들의 개성까지 '과연 스릴러라면 이래야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두 개의 사건이 교묘하게 연관성을 갖추고, 교차적으로 하나씩 드러나고 슬슬 범인이 드러날 때의 쾌감이란. 그 쾌감을 위해 이 두꺼운 책을 들고서 출퇴근길을 왔다갔나 했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좋은 스릴러. 

다만, <산산이 부서진 남자>에서 이해가 됐던 부부의 관계가 여기선 조금 갸우뚱. 줄리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던 조 올로클린은 애니 로빈슨과 뭐 하는 짓이며, 줄리안의 애매모호한 태도란 뭐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