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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



전 세계 1억 1천만 부를 판매했다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스릴러 작가' 데이비드 발다치. 이미 자신의 이름으로 낸 책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선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라는 책으로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이게 잘 되어야 다음책도 나오고 할 수 있을 텐데, 다행히도(?) 국내 첫 데뷔가 아.주. 성공적이어서 후속작이 나올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표지엔 원제 'MEMORY MAN'이 적혀 있고, 어두운 낯빛을 한 남자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배치되어 있다. 뒤표지엔 "자살하고 싶습니다. 이게 다예요. 더는 할 말이 없네요."라는 단 세 문장이 대체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을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 데이비드 발다치의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의 첫 작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장르문학 마니아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나기도 했고, 평도 좋은 데다,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소재도 꽤 참신해서 궁금했다.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는 형사로,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아내와 딸, 처남이 집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인생의 가장 소중한 걸 송두리째 잃어버린 그는 직업도 잃어버리고,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다. 그러다 사설탐정 일을 시작하게 된 그에게 들려온 소식. 그의 가족을 죽였던 범인이 자백했다는 것이었다. 누가, 가족을 왜 죽였는지 추적해나가는 한편, 그의 오래된 기억 속에 있던 과거와 새롭게 드러나는 진실이 맞물려간다.      




데이비드 발다치의 이 책은 초반부는 생각했던 것보다 좀 약했다. 시리즈의 시작이라 그런지 '에이머스 데커'와 그 주변인물들의 캐릭터 구축에 힘을 쓴 듯했다. 가족의 살해, 맨스필드 고교의 총살 등의 사건들이 벌어져가면서 대체 본격적인 추적은 언제 시작되는 건가, 싶어졌다. 하지만 그 고비를 넘기면 곧 훌륭한 범죄소설을 만나게 된다. 서서히 드러나는 범인의 진실과 함께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마주하게 되고, 반전으로도 훌륭하다. 다만 몇몇 리뷰어들이 지적하는 대로, 범인의 동기가 과격한 범행에 비해 약하다는 점은 아쉽다. 그래도 의문의 존재에 의해 연달아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동안 긴장감도 있고, 결말도 꽤 깔끔하단 느낌이 든다. 마치 할리우드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장르문학의 기본은 '재미'가 있느냐는 건데, 그 부분에서 본다면 괜찮은 소설이다. 후속작도 기대될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