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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화가》 : 미쓰다 신조

《화가》 : 미쓰다 신조

 

 

미쓰다 신조의 '집 3부작 시리즈' 중 하나인 <화가(禍家)>를 읽었다. 일본 현지에서는 시리즈 중 처음에 해당하는 작품인데, 우리나라에서는 2번째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는 모두 어린 아이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벌어지는 기괴한 일들을 다룬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어딘가 음산하고, 섬뜩한 표지가 눈길을 끌었던 이 책은 내용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전에 <흉가(凶家)>를 너무 재밌게 봐서 아예 이 집 시리즈 3부작은 다 보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비슷한 소재, 비슷한 플롯을 지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싹하다.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은 소년 코타로. 졸지에 고아가 돼버린 그는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기 위해 낯선 마을로 이사를 간다.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는 곳인데, 그곳에서 알 수 없는 기시감을 느끼고, 이웃집 미치광이 노인에게서는 "꼬마야 다녀왔니?"라는 의문의 말을 듣는다. 동네에서 느껴지는 불온한 기운, 검은 숲, 그리고 집에 혼자 남겨진 그 순간 찾아오는 사지가 찢긴 검은 형체들과 소름끼치는 기척들. 이후 소년은 집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10년 전 이곳에서 일가족이 살해사건이 발생한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사건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알게 되는데...    

 

 

책장을 넘기면서 나도 모르게 "무서워, 무서워"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미 <흉가>를 통해 텍스트를 통해 전해지는 공포를 충분히 맛봤는데도, 여전히 미쓰다 신조만의 '끼이익, 척척' 등의 소름끼치는 표현, 소년을 쫓는 검은 형체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질 듯한 묘사가 상당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건 등장인물이 몇 없어서 반전의 키는 비교적 찾기 쉬운 편이고, 결말까지 미친듯이 치닫지만 정작 마지막에 너무 작위적이어서 긴장감이 풀어지는 면이 있다. (전작에서도 그랬는데, 여기서도 그런 걸 보니 작가의 특징인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과 숲속 사당의 저주를 흥미롭게 풀어냈고, 책을 읽는 동안에 이토록 소름끼치는 기분을 받았던 적이 있던가 싶어서 충분히 만족했던 소설이었다. (<흉가>와 <화가> 둘 다 너무 괜찮은 작품이었는데, 굳이 고르면 <흉가>가 살짝 더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