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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기분 나빠. 너는……. 인간이 아니야." _190p

 

2016년 일본 아마존 1위,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은 <편의점 인간>을 수식하는 말이다. 이 외에도 실제로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던 작가라고 해서 현지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출간 후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제목부터 구미가 당기는 이 '편의점 인간'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합리적이며,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점을 착안해 어딘가 비판을 하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문제들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이야기 자체로 굉장한 소설이었다.

 

 

주인공 후루카와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의 보편적인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죽은 새를 보고 울음을 터트리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새가 죽었으니 먹으면 되겠다고 엄마에게 태연하게 얘기하던 아이였다.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녀석에겐 머리통을 갈겨 상황을 종료해버리기도 했다. 이것들은 누군가를 슬프게 하거나 가슴 아프게 만드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행동과 말이 가족을 힘들게 한다는 걸 알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가 아닌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게 되었다.

 

큰 문제 없이 대학생이 되었고, 이후 그녀는 편의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제복으로 갈아입고, 매뉴얼에 맞추어 점원이 모두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들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낀다. 그녀는 그렇게 편의점에서 무려 18년을 일한다. 다른 데서 취업을 해본 적도 없고, 결혼을 한 것도, 18년 동안 한 곳에서 알바를 하는 그녀는 더 이상 일반적인 존재가 아니다. "몸이 약해서 편의점에서 일한다"는 핑계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그런 그녀에게 무능한 일탈자인 시라하가 들러붙기 시작하고, 그녀의 삶도 이전과는 다른 형태가 되어간다.  

 

 

다른 사람의 옷차림, 목소리, 행동을 모방하고, 전혀 감정에 공감을 할 줄 모르는 인간, 매뉴얼 없이 일반적인 생각은 할 수 없는 인간. 그것이 담긴 <편의점 인간>은 너무 기분 나쁜 소설이었다. 기분 나쁜 소설이었지만 그 기분 나쁨에는 과연 나는 저런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있는가, 라고 하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무리의 이물질이 되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본 적은, 누군가와 비슷해지려고 했던 적은, 사회의 룰(대학, 연애, 결혼) 등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 버둥댄 적은 없었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백도 굉장히 많고, 전체 페이지도 192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소설이었던 <편의점 인간>. 이 짧은 이야기가 책을 덮은 후에도 왜 이렇게 씁쓸하게 나를 공격해대는 것인지. 어느 심사위원이 "무섭고, 우습고, 귀엽고, 대담하고, 치밀하다"고 했다더니 정말 그렇다고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