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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자유로울 것》 : 임경선

《자유로울 것》 : 임경선



책을 고르기 전에 내가 가장 먼저 신경쓰는 것들이 있다. 책의 형태(양장이냐, 무선이냐), 디자인, 제목, 작가, 출판사브랜드. 내가 편집자이(였)기 때문인지, 그냥 유별난 독자이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그렇다(책이 내용이 중요하지 그런 것이 뭐가 중요하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 취향이 이러니, 취향은 존중해주시죠).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내게 언젠간 살 수밖에 없는 책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부분들에서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단단한 양장에, 고급스러운 디자인, 정말 기가 막히다 싶은 심플함 그 자체 '자유로울 것', 작가의 글은 이미 전작을 통해 증명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언젠가 살 것이 분명했던 이 책을 지금 읽게 된 건 왜였을까. 아마도 나의 퇴사와 관련이 있으리라. 입사 후 한동안 소설을 열심히 읽어댔다. 좋아하는 것이기도 했는데, 일이 되었으니까 더 열심히 읽고 싶었다. 그렇게 의도적 편식독서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퇴사를 결정했고, 그 좋아하던 소설을 아무리 집중해도 읽을 수가 없게 되었다. 계속 같은 부분을 버벅댔고, 조금 읽다가 곧잘 딴 생각에 빠져버렸다. 당분간 나는 소설을 못 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에세이'를 읽어야지. 서점을 돌아다니면서 몇몇 마음에 담아둔 에세이가 있었지만, 결국엔 '자유로울 것'을 손에 들고 나왔다. 그리고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책은 초반에 생각보다 읽히질 않았다. 내 마음 때문이었던 걸까, 책이 문제였던 걸까. 대체 이 일련의 에세이들은 왜 자유라는 이름 아래 묶였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마다 각자 각자의 주제가 있는 듯했지 한 장으로서 묶이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내 장이 아닌, 글 하나하나에 집중을 해보기로 했다. 

뒤로 갈수록 저자의 취향과 스타일을 이해하게 되면서 깊이 있게 와닿기 시작했다(처음엔 왜 이렇게 삐딱한 거야? 했는데 어느새 그녀의 스타일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그녀기에 책에는 글쓰는 일, 작가, 편집자, 출판, 독자에 관한 일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특히 사인회에서 찍힌 사진들, 작가에게 하는 무례한 부탁들, 편집자에 대한 작가의 시각 같은 것들은 책을 읽고 나서 작가의 입장은 이렇구나, 하고 깨달았다(책을 계기로 나는 잠시 작가에게 좋은 편집자였을까, 하고 고민해봤는데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신경쓸 일이 아니었다. 나는 나의 방식대로, 좋은 책을 만들겠다는 마음만 잊지 않으면 될 일이다). 

이 외에도 책에는 직장과 사람에 관한 일도 대폭 할애하고 있는데, 퇴사를 결심하면서 했던 그 모든 생각들이 이 글들에 있어서 퇴사 전에 봤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직장부부'(내가 이 내용의 순진한 직장인이었을까), '친구가 별로 없어서 좋다', '한결같은 사람들' 등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담담하고, 묘하게 삐딱하고, 그러면서도 따듯한, 거기에 종종 반전까지 있던 제법 괜찮은 에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