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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자존감 수업》 : 윤홍균

《자존감 수업》 : 윤홍균



오랜 기간 동안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자존감 수업>. 베스트셀러는 독자가 아닌 출판사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도 하고, '자존감'이라는 이른바 팔리는 키워드로 대충 써 만든 책은 아닐까, 하고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인기가 많아지면서 더욱더 피하게 된 책이었는데, 대중적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책을 편집자(휴업상태지만)로서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생각과 나를 좀 더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읽기로 했다.  



도쿄여행을 가기 전날 밤에 싱숭생숭 하여 읽기 시작했는데, 새벽까지 잠을 못 잤다. 기대했던 것보다 글도 촘촘하고, 사례나 사고 과정이 충분히 쓰여 있었다. 이런 책일수록 급하게 읽기보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고 싶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읽다보니 시간이 절로 흘렀다. 결국 이 책을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자존감 수업>은 시작부터 자존감의 정의부터 짚고 넘어간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나를 존중하는 것'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것보다 명확하게 자존감은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Self-esteem)'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개념 설명으로 인해 자존감이라는 애매모호함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이것을 깨닫는 것만 해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초반에 했던 이 책에 대한 내 걱정, 괜히 자존감을 논하고, 속 빈 강정 같이 쓰진 않았을까 하는 건 기우였다. 자존감의 정의, 자존감이 없는 사람들의 사고패턴과 그로 인한 문제들, 자존감 향상을 위한 작은 실천법이 구체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애매모호한 종류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열등감을 내려놓기를 어려워한다. 이들은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다' '특별히 잘하는 게 없다' '남들처럼 안정적으로 살지 못한다' '자존감이 낮다' 등의 이유로 자신을 압박한다. 이들이 결핍되었다고 말하는 것들은 알고 보면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못 가진 것들이다. '진정한' '특별히 잘하는' '남들처럼 안정적으로' '자존감'… 이런 것들은 실체가 없거나 사람마다 가리키는 의미가 다르다. 그래서 채워져도 채워졌는지 알 수 없고,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을지도 알기 어렵다. 

따라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의미부터 따져봐야 한다. 나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과연 부족한 게 맞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221쪽) 



인상적인 부분이라서 따로 표시까지 해둔 부분이다. 내가 늘 안고 있던 감정이 '애매모호한 열등감'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특히 '특별히 잘하는' 이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보통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보다 더 나은 수준일 때도 나는 더 잘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나의 부족함을 채찍질했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수준이 아니면 나는 나를 칭찬하는 법을 몰랐고, 언제나 부족한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살아온 사고방식이 쉽사리 바뀔 수는 없지만, 최근에는 그런 감정이 솟으면 글로 써보면서 상황을 객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작은 성취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이건 한 것도 아니야' '나는 맨날 아무것도 안 해' 이런 생각이 많았다면 '뭐라도 했네' '일단 하는 게 중요하지' 하는 식으로 바꾸고 있달까. 아직은 시작 단계라 말할 수 없지만, 나쁘지 않다. 옆에 두고 자주자주 보면서 오래도록 볼만한 책인 것 같다. 


+

이전에 심플라이프에서 나온 <홀가분한 삶> 책이 굉장히 좋았는데, 이번 <자존감 수업>까지 만족스러워서 이 출판사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구성도 좋고, 디자인도 좋고,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