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리뷰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 : 미시마 쿠니히로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 : 미시마 쿠니히로



가만히 있다가 얼결에 선물받은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 아끼는 후배 ES씨가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책이었다며 수줍게 가방에서 이 책을 꺼내들었다. 과연, 몇 년을 같이 일했더니 내 취향을 너무 잘 안다. 안 그래도 이 책이 나오자마자 독특한 방식으로 업계에서 살아 남은 일본의 소출판사라 해서 궁금했었고, 혹여 잊을까 캡처까지 해두었는데 그 책이 이렇게 내 손에 닿을 줄이야. 실물로 받고서 얼마나 좋아라 했는지 그날을 떠올리면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책제목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 부제 '작지만 강한 출판사 미시마샤의 5년간의 성장기'라는 것처럼 이 책은 출판편집자로 일하던 저자 미시마 쿠니히로가 자신의 이름을 건 미시마샤 출판사를 세우고, 그간 어떤 방식으로 출판사를 운영해왔는지 독특한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다. 나름 이름 있는 출판사에서 일했던 미시마는 한 권 한 권에 혼을 담아 내지 않는 일반적인 시스템에 회의를 느끼고, 퇴사와 동시에 동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 있는 돈을 탈탈 털어 갔던 여행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원점회귀의 출판사'라는 것을 깨닫고 출판사를 세운다. 원점회귀란 기본 방식을 뜻하는데, 그저 마음을 담아 좋은 책을 만들고, 그것을 독자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아 알리면 그 정성에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그는 일본의 일반 출판사와는 다른 노선을 걷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출판사들이 보통 '진보초'에 몰려 있지만, 자신만은 '지유가오카'에 둥지를 틀었으며, 서점-(배본)-출판사, 이 세 개의 루트에서 (배본)의 개념을 빼고, 서점-출판사의 직거래를 선택했고, 직원을 뽑을 때도 단순히 스펙이 아니라 이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지를 보고, 더군다나 손수 POP를 제작하는 특이한 '도구점팀'을 만들어 운영하기에 이른다. 여기에 야생의 감각을 기른다는 이유로 직원들과 숙소도 정해놓지 않은 채 합숙 여행을 떠나고, 천장에 쥐들이 뛰어노는 낡은 집에서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아 회의를 하고, 미시마샤의 하루하루 이야기를 웹에 올리고, 이들을 묶어 한달에 한번 미시마샤 웹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독특한 방식으로 출판사는 점점 독자들에게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덩달아 사장인 미시마 쿠니히로는 출판계의 풍운아로 언론에 주목을 받는다. 이 책은 2011년에 나온 책으로, 그때까지의 5년의 기록이어서 2017년인 지금은 이 출판사가 괜찮을까 궁금했다. 끝부분에 그에 관한 내 궁금증을 풀어주는데, 출판사와 동시에 교토에 책방을 열었고, 그곳에서 독자들을 불러모아(심지어 돈을 받고) 기획회의까지 벌이고 있다. 간간이 편집, 마케팅, 도구점팀의 일을 배우는 단기코스까지 운영한단다.  


이런 독특한 소출판사가 있다니, 읽는 내내 부러웠다. 자신의 이름을 건 출판사를 차려서 보란듯이 내고 싶은 책을 내고, 승승장구하다니. 하지만 이런 메시지는 훌륭한데, 이 책의 만듦새는 어딘가 마음에 차지 않는다. 디자인은 좋지만, 구성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저자 자신이 '원점회귀' '무계획' '야생의 감각'이라는 것을 계속 언급하고 있고, 이 이야기가 끝맺고, 무려 약 40p가 저자후기만 3꼭지, 해설 1꼭지, 책방탐방기 1꼭지, 옮긴이의 말 1꼭지로 할애하고 있다. 계속 같은 이야기를 중언부언하는 느낌이 좀 강해서 뒷부분은 지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출판사가 있다는 걸 아는 일은 기쁘다. 



이런 이야기를 읽는 동안 생각난 것이 국내의 '북스피어'라는 출판사다. 이미 출판계에서도 유명하고, 출판사의 열성독자들까지 있을 정도로 탄탄한 출판사다. 여기도 독자들과 함께 교정교열 합숙을 떠나질 않나, 대표가 출판광고를 직접 찍질 않나, 다른 출판사와 함께 시리즈의 책을 분권 출간하기도 하는 등 기존의 출판사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행보를 보여왔다. 이것의 기록을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가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라는 책을 냈는데, 이 책과 함께 읽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