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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힘 빼고 행복》 : 고코로야 진노스케

《힘 빼고 행복》 : 고코로야 진노스케



다시 퇴사를 했다. 다시 퇴사를 결정하면서 이번엔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전적으로 회사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어쩌면 나의 문제일지도 모르겠구나란 생각 탓이었다. 불합리한 시스템은 어느 곳에도 있기 마련인데, 그걸 버티는 사람이 있고,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였던 것이다. 일을 하는 동안 나의 문제를 밤마다 고민했다. 문제는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불안', 그러면서도 '엄청나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였다. 아, 왜 이런 인간인 걸까, 나는. 



회사를 나오고 서점에 갔다. 가장 내 마음이 안정되는 곳이니까. 이런저런 책들을 구경하다가 눈에 띄었던 <힘 빼고 행복>. 표지가 예뻐서도, 저자가 익숙하지도 않았는데, 이 책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아마도 부제 때문이 아닐까. '더 잘하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매일 자신을 채찍질해온 당신에게'라는. 채찍질까지는 모르겠지만, 남들에겐 관대하면서도 나에게는 이상하리만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좀 있어서 책을 집었다. 



프롤로그를 먼저 읽는데, 최근의 고민에 관한 답이 적혀 있었다. 내가 최근에 했던 걱정들은 사실상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포라고 했다. '결과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일을 적당히 하는 사람은 한심하다'와 같은 생각은, 남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주변에 폐를 끼치는 사람이 된다면 내 인생은 끝장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상상을 덧붙이기도 한다고 했다. 저자 역시 그랬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한숨 쉬고, 질책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런 생각을 극복하기 위해 성장을 더욱 갈구하게 되는데, 이런 패턴에 허덕일 때쯤 저자는 '정말로 내가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인가'라는 의심을 품었다. 결국 근원적인 공포는 자신이 매력없는 사람이라는 걸 감추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남들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는 존재다'라고 사고를 바꾸기 시작하고, 이후 주변도 바뀌고, 여유도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의 성공스토리는 몰라도, 저자의 고민과 의심, 그리고 프롤로그 중간에 '무서울 정도로 부정적인 상태에 빠져 있었던 셈입니다'라는 것에 뜨끔해서, 책의 다음 내용이 궁금해졌다. 



곧바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끝까지 읽어도 프롤로그만큼의 강렬함은 내게 없었다. 전체적으로는 좀 마음의 부담을 지우고, 편하게 지내라는 건데, 그 해법은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신경 쓰지 않기, 혼자서 다 하려고 애쓰지 않기, 하기 싫은 일은 거절하기, 노력하지 않기, 남 의식하지 않기, 하고 싶은 것만 하기 등등. 그래서 내용을 분명 읽었는데도, 머릿속에 딱히 남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값싼 위로는 아니라고 역자가 주장하고 있긴 한데,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론 현실은 그대론데, 마음만 편해지는 일시적 위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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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하기 전, '제가 컨트롤을 해야 하는데, 제가 머뭇거리고 갈피를 못 잡을까봐 부담스러워요'했더니, 그곳의 과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건 같이 일하는 사람을 못 믿기 때문이에요'라고. 어쩌면 이 책보다는 그 말이 내겐 더 크게 다가온다. 남을 못 믿는다는 거, 그게 얼마나 오만한 건지. 사실 지금 내가 하는 고민도 한가해서 하는 소리. 먹고 살기 바쁜 사람은 이러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