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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이 책의 역자도 언급했지만, '죽어 마땅한'이 아니라 '죽여 마땅한'이라는 제목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게다가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산뜻하고 또 발랄하게 만든 이 표지는 어땠는지. 출간하고 바로 읽지는 않았지만, 내내 시선을 빼앗았던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책을 후배에게 건네받아, 결국 완독했다. 만듦새 때문에 올라간 호감도에, 까다로운 후배의 호의적인 평으로, 기대가 제법 컸는데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전혀 실망시키지 않은 책이 되었다. 홍보만 요란하고 막상 까보니 밍밍하거나 결말이 너무 뻔하게 보였던 스릴러도 있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굿리즈의 극찬은 물론이고,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나 폴라 호킨스의 <걸 온 더 트레인>과 비교하는 이들도 많았는데, 개인적으론 인생작으로 꼽았던 그 책들보다 몰입도가 더 높았고, 전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나를 찾아줘>는 장대하고, 디테일한 묘사, <걸 온 더 트레인>은 약간 허무했던 결말에 비해). 이 책은 테드와 릴리가 공항 라운지 바에서 마주치던 첫 장면부터 시점을 바꿔가며 휘몰아 치더니 끝날 때까지, 아주 빠른 속도로 사람들을 죽여가면서 나를 놀라게 했다. 마지막 릴리의 아버지가 쓴 편지로 독자들끼리도 의견을 분분하게 만든 결말까지 훌륭했다(더러 몇몇 독자들이 우려했던 과도한 성적 장면이 눈에 띄긴 했지만, 뭐).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말 그대로 살아봤자 남에게 해코지나 하고 세상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들을 죽이는 이야기다. 여주인공 릴리는 우연히 공항 라운지바에서 테드라는 남자를 만난다. 이들은 다시는 보지 않을 사이라는 이유로, 아주 솔직한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한다. 억만장자로 비유되는 테드는 릴리에게 자신의 아내, 미란다의 불륜 현장을 목격했다고 털어놓으며, 그녀를 죽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릴리는 그의 말에 맞장구치며, 죽이겠다면 자신이 완전범죄를 할 수 있도록 살인을 돕겠다고 말한다. 릴리는 그에게 2주 동안의 시간을 주고, 여전히 죽일 마음이 변치 않는다면 다시 만나자고 이야기를 꺼낸다. 테드는 미란다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릴리와 재회한다. 
그러면서 슬슬 이 둘에겐 감정의 변화가 나타나고, 릴리의 비밀스러운 과거와 예측하지 못했던 반전이 드러난다. 이야기는 크게 3부로 구성되는데, 하나의 부가 끝날 때마다 반전과 함께 중심 인물이 이동한다(더 자세하다간 대형 스포가 될 듯).


이 책에서 죽임을 당하는 인물 중 하나는 어린 소녀 앞에서 몹쓸 짓을 하고, 또 하나는 태연한 얼굴로 연인을 배신한다. 그래서 일까. 책을 읽으면 저도 모르게 살인을 저지르는 이들을 응원하게 된다는데 정말 그랬다. 특히 더 이상 상처를 입지 않겠노라고 되뇌는 릴리를 보면, 방법은 비록 극단적일지라도 오히려 안쓰러웠다. 그래서 혼자 뒤처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얼른 사체를 처리하고, 끝내'하고 덩달아 조급해졌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었다는 거겠지. 
열린 결말이라 누군가에게는 해피엔딩, 누군가에게는 새드엔딩이겠지만 나는 후자를 택했다(후배랑 갈렸다). 보통은 애매모호한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끝까지 제멋대로 상상하게 해서 더 좋았다. 그나저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워낙 만족스러워서 <아낌없이 뺏는 사랑>도 궁금해졌다. 반응이 예상보단 그저 그래서 당장 읽을진 모르겠지만 얘도 계속 눈에 밟히고 있으니 언젠가 읽지 않을까 싶다. 어쨌거나 이 책은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