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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 한수희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 한수희



내가 애정하는 작가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드는 한수희 작가님의 신간이 나왔다.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이라는. 그녀의 앞선 에세이들을 읽으면서 간혹 자신의 실패한 여행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에, 여행책이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여행책이 나왔다. 여행의 아름다움만을 다루진 않을 거야, 라고 짐작했는데 역시나 제목에 '이상한 일'을 박았다. 거기다 메인 카피는 또 어떤가. "그 개고생을 해놓고 왜 또 짐을 꾸리고 있는 걸까?"란다. 기가 막힌다. 



책은 나오자마자 서점에 들러서 구입했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한달 여행 다이어리랑 지도도 준다고 했는데, 그런 사은품보다는 얼른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책은 예상보다 분량이 더 많아서 제법 두꺼웠고, 작가님 책의 디자인은 진짜 왜 이렇게 예쁜지. 손에 넣자마자 너무 좋았다. 


책을 산 후엔 바로 책장을 넘겨 목차를 살폈다. 그곳엔 각 에피소드가 일어난 여행지의 이름들을 적어놓았는데, 태국, 인도, 캄보디아,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가 대표적이었다(더 있지만 이만 쓰련다). 여행에세이에는 흔히 유럽 여행지가 더 많은데, 아시아의 비중이 더 높다는 것이 의외였다. 글도 읽으면 읽을수록 신선했다. 여행지의 볼거리도 분명 있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이야기가 더 많았다. 인도 사람들이 기차를 보고 달려들 때의 감정, 아버지의 지도를 더듬거릴 때의 기억, 지긋한 시골과 부끄러운 어머니, 얼굴도 모르는 인명부의 적힌 누군가의 인생, 프랑스어를 배우는 젊은 날의 나와 여행지에서 의심하고, 매서워지는 나에 관한 이야기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잘 쓸 수 있는 거지? 



처음엔 무슨 소린가 싶을 이야기를 꺼내더니, 갑자기 흐름을 타고 그 이야기들이 중심으로 모였다. 이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돌아왔구나 싶었다. 글이 너무 좋아서 후배에게 "이 책이 이래요"하고 말을 꺼냈더니, "그게 진짜 잘 쓰는 건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역시나. 


그런데 이렇게나 좋은데도, 책의 진도는 좀처럼 나아가질 않았다. 뭐지, 왜지? 시간을 두고 생각해봤더니, 그녀가 얘기하는 여행지의 대부분은 내가 다녀오지 못한 곳이었고, 그녀가 살았던 과거의 시간도 나의 과거 시간과 맞질 않았다(10년의 갭). 그런 연유로 내게는 글 하나를 읽을 때마다 어떤 곳일까, 그땐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만큼 그녀가 말하는 여행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이제 여행기도 다 읽어버렸으니, 이젠 또 얼마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