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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하와이, 마지막날 호놀룰루 공항

하와이, 마지막날 호놀룰루 공항



하와이를 떠나는 마지막 날, 항상 떠나는 날에는 미리 공항에 가서 대기하는 게 마음이 편해서 이번에도 다른 곳에 들르지 않고, 할일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어느 틈에 늘어난 짐을 차곡차곡 욱여넣은 캐리어를 낑낑 짊어지고, 체크아웃을 하고, 우선 알라모 렌터카에 들러서 곱게 차를 반납하기로 했다. 반납 시간이 있는데, 알라모 도착시간이 간당간당해서 신경이 곤두섰다. 결국 도착했을 때 10분 정도 지나버려, 이미 조급한 나와 달리 알라모 측은 어찌나 느긋하던지. 반납한 차를 한번 확인하고는 별 말 없이 우리를 보내줬다. 하와이는 10분 가지고는 빡빡하게 구는 건 아닌 모양이다. 



공항까지는 처음 하와이에 왔을 때처럼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세워주는 곳은 항공사마다 다른데, 따로 안내방송이 나오니 어렵지는 않다. 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하기 전 안 그래도 늘어난 짐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싶었는데, 도착하자마자 무게를 측정해볼 수 있었다. 계기판의 숫자가 50까지 나오면 되는 것 같았는데, 42. 꽤 많이 넣었다고 생각해서 새벽에 캐리어라도 사러 가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한참 남는 수치. 마음이 간사해서 '짐이 너무 많아'라는 생각이 '뭐라도 더 사올 걸'로 바뀌는 건 금방이었다. 



호놀룰루공항은 처음 올 때부터 아담한 규모라고 생각했었는데, 돌아갈 때도 같은 느낌이었다. 인천공항은 정말 너무 넓어서 길치한테는 정말 힘든 곳인데 여기는 부담없는 스타일이다. 우리가 타고 왔던 아시아나 수속 카운터가 바로 보여서 순식간에 수속은 끝이 났다. 손님도 별로 없어서 더 빨리 끝난 듯. 수속을 다 하면서 기억에 남는 건 신발까지 벗고 검색대를 통과했던 것. 뭔가 잘못도 없는데 엄청난 잘못을 한 것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미국은 다르구나, 했던 기억. 



이때까지 제대로 식사를 못해서 모든 수속을 마친 다음에는 남은 경비를 털어버릴 겸 버거킹으로 갔다. 맛은 무난무난. 정확한 금액은 기억나지 않고, 햄버건데도 은근 비싸다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공항엔 버거킹 말고 스시집도 있고, 몇몇 먹을 데가 있긴 한데 그다지 끌리는 곳은 없는 편이고, 그다지 깔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새 한 마리가 들어와서 날아다녔던 게 기억이 나니까. 면세점도 큰 편은 아니어서 돌아다니다가 기념으로 파인애플 모양의 '하와이 쿠키' 한 통을 샀던 게 전부. 나머지 기다리는 시간엔 가져온 책을 보면서 적당히 때웠다. 



그리고 기내식을 두어 번인가 먹을 정도로 길었던 비행. 직항도 몸을 편하게 있질 못하니까 곤욕스러웠는데, 경유였으면 큰일이었단 생각만 계속했다. 비행하면서는 틈나는 대로 눈을 붙여서 버텼고, 눈을 뜰 땐 <아는 형님> 같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버텼다. 영화보다 집중하기 더 편했던 것 같다. 



오가면서 먹었던 몇 번의 기내식 중 가장 나았던 게 비빔밥이었던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기내식을 접할 때마다 '맛'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먹는 느낌? 제대로 된 기내식을 처음 접해봤던 걸로 그냥 만족하련다. 

참, 기내식을 먹을 때 내 옆에 어떤 한국인 남성이 앉았는데, 계속해서 팔걸이를 넘어와서 팔로 툭툭 몸을 부딪히는 게 아닌가. 몇 번은 꾹 참았는데, 계속해서 건드리면서도 아예 깨닫질 못해서 그냥 자리를 임뚱하고 바꿔 앉았다. 옆자리에서 더 타고 가다간 정말 한소리 할 것 같아서. 에티켓은 알아서 좀 챙겨줬으면 좋겠다(하와이여행의 마지막이 이래서 슬프지만).



***

4월에 다녀왔던 하와이 여행의 포스팅을 11월에 겨우 마쳤다(하루만 늦었어도 12월). 여행은 일주일밖에 되질 않았는데, 띄엄띄엄 포스팅을 써나가면서 오랫동안 계속 하와이를 떠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억 속에서 잊혀지던 지명이나 식당명도 기록하려다 보니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되고. 

'하와이'라는 세 글자를 접할 때 떠올렸던 이미지와 종종 눈앞에서 만난 장면은 달랐지만, 생각해 보면 대부분은 멋지고, 즐거워서 행복한 여행이었던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선 '처음'인 것들이 정말 많았는데, 내가 몰랐던 세계를 좀 더 알게 해준 것 같아서 소중했다. 누군가처럼 '로망' 여행지까지는 아니었지만, 언제든 한번 가볼 만한 편안한 여행지는 된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