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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Day 2. 대구 - 김광석 거리(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Day 2. 대구 - 김광석 거리(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서문시장에서 기대보다 재미를 못 보고 넘어 온 곳이 김광석 거리. 나름 서울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오는 만큼 대구에는 뭐가 있나, 하고 찾았는데 근대문화거리, 안지랑곱창골목, 동성로, 김광석 거리가 대표적인 듯했다. 나머지는 전부 가봤고 마지막 하나 김광석 거리는 듣기만 했던 터라 어떨지 궁금했다. 택시 기사님의 살아 있는 설명을 들으면서 도착했는데, 일단 초입이 썰렁해서 이번에 또 실망할까 괜히 걱정이 앞섰다. 



100만 명이 다녀갔다는 얘길 들어서 그런가, 좀 더 길고 화려할 줄 알았는데 거리는 생각보다 짧았다. 사람에 따라 볼 게 없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인데, 나름 걸을 때마다 보이는 김광석 벽화와 조형물이 있어 기념사진도 찍고 하다 보니 나쁘지 않았다. 벽화엔 <서른 즈음에>를 쓰던 때의 일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같은 김광석의 노랫말이 적혀 있어 천천히 걸으며 읽기 괜찮다.  



택시 기사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김광석의 아버지가 방천 시장 상인이었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장을 살리려고 근처에 김광석 거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벽화를 그렸고, 입소문이 나면서 이렇게 대구 관광명소가 되었되었는 임대료가 오르면서 기존 상인들이 압박을 받아 되레 쫓겨나고, 근처엔 새로운 가게가 하나둘 생겨났다고 했다. 잠깐 들르는 관광객은 깔끔하게 꾸며져 있어 좋지만, 지역민들에겐 아픔이겠구나 싶었다.  



입구부터 사진을 찍고 들어오다가 중간 즈음에 옛날 군것질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사진에는 없지만 앞에 있던 현수막(?)에는 현빈과 한지민 주연이었던 <하이드 지킬 나> 사진이 걸린 걸 보니 여기가 드라마 촬영지이기도 했었던 모양이었다.앞선 서문시장에서 별달리 먹은 게 없기도 했고, 서울로 올라가는 동안 먹어도 좋을 것 같아 군것질거리를 한 봉지나 샀다.



그리고 이곳의 하이라이트 뽑기를 하기로 했다. 서울이었으면 귀찮아서 안 했을 것 같은데, 대구니까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었다. 국자에 설탕을 넣어주면, 연탄불에 대고 슬슬 녹이고 적당한 때에 소다를 넣으면 완성. 마지막엔 모양 있는 판으로 꾹꾹 눌러주면 된다. 



어렸을 적 국자 좀 태워봤던 얘기도 하면서 열심히 만들다 보니 어느새 우리를 둘러싸고 주위에 사람이 바글바글해졌다. 특히 어머님, 아버님 분들이 많았는데 옛날 생각이 나시는지 좋아하시더라. 그러더니 재밌겠다고 해보시는 분들도 생기고, 생각지 않게 우리가 손님을 끌게 된 상황이 되었는데 오히려 그게 더 재밌었던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하고, 재밌고 김광석 거리에서 한 번쯤 재미로 해볼 만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