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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별 것 없는 일상(3-4월)

별 것 없는 일상(3-4월)



L하고는 예전에는 툭 하면 만나던 사인데, 졸업하고부터는 오래전부터 약속을 잡고 만나는 게 관행 아닌 관행이 되었다. 그마저도 아프거나 일이 생겼거나 하는 이유로 밀리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지. 그런데 L이 얼굴이나 보자며 카톡을 보냈고, 잉여롭기 그지없는 요즘인지라 ㅇㅇ 하고 만나게 되었다. 장소는 중간 지점인 시청. 샐러드 먹자고 만나서 파니니 시켜 먹은 나란 X. 그다음엔 L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스벅도 갔다왔다. L이랑 만나기 전, 어렴풋이 설마, 했는데 만나고 보니 역시나 결혼을 준비 중이라고. 또 한 명의 친구가 유부의 세계로 넘어온다니, 기쁘다.  

 


임뚱이 레스토랑을 갔다와야 한다던,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 주말. 간만에 집에서 뒹굴거리지 않고, 다른 동네로 차를 타고 넘어갔다. 같이 먹었던 저녁도 근사했는데, 사실 오갈 때 봤던 풍경도 못지않았다. 주황빛 어슴프레한 노을도 근사했고, 깨끗한 한강뷰에 차를 따라오는 것 같은 커다란 달까지. 이럴 때면 집구석에 있지 말고 자주 나와야지, 하고 0.1초 만에 잊어버릴 다짐을 한다. 



두 달치를 몰아써도, 어떻게 지낸 건지 사진도, 기억도 없어서 영끌해서 가져온 일상 사진. 없다 없다 하니까 회사에서 신간 때문에 다녀온 서점에서 찍은 사진을.. 서점에 나가기 전에 최근에 눈에 띄는 책들을 미리 둘러보고 가는데, 도쿄 셀렉트는 개인적으로 실물이 더 예뻤던 책. 정신없는 디자인일 줄 알았는데, 내지 디자인이 깔끔해서 oh~~~ 했던. 

또 다른 사진 하나는 퇴근하고 얼른 집에 가려고 빨리 걷기를 하는 나의 모습. 사실 나의 일상 중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행동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흔해서 무시하기 쉽고, 지나고 나면 더 기억하지 못하는 것. 만약 이날도 사진을 남기지 않았더라면 이런 기록도 나올 수가 없었겠지. 

 


가장 최신의 일상이면서, 최근 가장 액티비티했던 일상이라고나 할까. 연례행사로 회사에서 벚꽃놀이를 가는데, 오늘 또 다녀왔다. 장소는 2년 전의 그곳, 안산. 서울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도 처음 와보는 사람이 더 많은 곳이었다. 덕분에 지루해하지 않고, 다들 즐겁게 벚꽃을, 봄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3시간 정도의 짧은 휴식이 직장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몸소 깨달았다. 돌아와선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을 했던지. 



앞선 글에서도 보이겠지만, 요즘 일상이 정말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뭐라도 집중할 수 있어서 '일'이 감사하게 느껴질 정도로. 퇴근하고 돌아오면 저녁을 먹고, 아직 보지 않은 예능을 찾아 tv 채널을 열심히 돌리고, 그것도 다 재미가 없으면 영화를 잠깐 보고, 아무것도 안 했다는 생각이 들면 책을 펴고, 그러다 졸리면 자고.. 노잼 그자체.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를 제대로 보고, 블로그에 첫발을 들일 때처럼 흥미가 생겼다. 전형적인 끈기가 부족한 타입이라 이게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재미를 붙여서 틈나면 영상도 찍으려 하고, 구독하는 유튜버도 생기고 들락날락 난리가 났다. 그리고 왜 잘나갔던 블로거가 블로그를 때려치고, 유튜브로 넘어갔는지도 알게 되었다. 어차피 블로그가 내 기본 플랫폼이라 넘어갈 생각은 없지만, 궁금증이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결론은 하나 꽂힌 게 생기니, 삶의 활기가 생겼다는 것. 거기에 처음 쓰는 프로그램도 다루게 되면서 시야가 좀 더 넓어지는 느낌인 것도 긍정적인 점이다. 당분간은 영상 제작에 시간을 투자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