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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Day 2. 인사동, 실패한 전통찻집, 청계천

Day 2. 인사동, 실패한 전통찻집, 청계천



북촌한옥마을을 둘러보고 결국 인사동까지 걸어 내려왔다. 원래 계획대로 라면 북촌한옥마을의 루프톱 카페에서 차나 한 잔 마실 생각이었는데, 옥상은 너무 더웠고, 아래 층의 창가 자리는 이미 다른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예쁜 카페를 찾아서 돌아다니다 다리가 아파서, 그냥 눈에 보이는 (팥빙수를 파는) 카페로 들어가기로 했다. 전통찻집을 표방한 이곳은, 보통의 세련된 카페와는 다르게 그것 참 인사동스러운 느낌의 카페였다. 요런 느낌을 좋아해서 잘 들어왔구나 싶었지만, 명백한 실패. 



이리저리 가게 내부를 휙 둘러보고, 거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테라스 석에 자릴 잡았다(나중에 추워서 다시 들어옴)



처음부터 팥빙수가 목적이었던 나는 팥빙수를 골랐고, 나머진 수제맥주랑 망고주스로 주문했다. 주문하고 서빙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는데, 생각보다 비주얼은 아쉬웠다. 맥주도 시원한 느낌이 덜 했고, 망고주스에 빨대는 너무 컸고, 거기다 잔 바깥으로 주스가 넘쳐서 옆으로 줄줄 흘렀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단 걸 먹고 싶어서 골랐던 메뉴들의 맛이 애매했다. 망고와 팥빙수는 전혀 달지 않았다. 너무 달면 몰라도, 아무 맛이 안 난다는 게 더 신기했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카페가 이렇게 되어서 힘이 좀 빠졌다. 


카페를 나오고 나선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서 청계천을 좀 걷기로 했다. 전날도 많이 걸었는데, 이날도 엄청나게 걸었다. 20년이나 더 젊은 나도 힘이 들었는데, 엄빠는 힘들다는 말과 내색은 전혀 안 했다. 오히려 에너지가 넘쳤다(대단). 청계천을 걷다가 느낀 건 실패인지, 성공인지를 떠나 사람들의 쉼터가 된 것만은 확실하다는 것. 연인이나 가족들이 잠시 자리를 잡고 두런두런 이야길 나누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어쨌든 이런 게 생겨서 엄빠랑 나도 같이 걷고 좋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엄마 얘기를 덧붙이면, 1박 2일 짧은 시간 동안 엄마는 계속해서 사진을 담았다. 흔하디흔한 꽃도, 인사동 거리에 불현듯 나타난 공연단도,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화분도, 아빠와 우리가 걷는 뒷모습도. 사진을 찍히는 게 어색해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부끄러워서 '그만 찍어', '빨리 찍어야 돼'가 말버릇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만큼 담고 싶은 풍경이 많았을 텐데 난 왜 이 모양인가 싶다(물론 돌아가도 똑같이 행동하겠지만).


이날 청계천을 끝으로 이틀을 함께했던 엄빠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갔다. 돌아온 엄마에게 동생이 "어땠어?" 하고 물으니 엄마는 "너~~무 좋았어!"라고 했단다. 진짜 별 거 아니었는데, 쉬운 건데. 왜 진작 이렇게 할 생각을 못 했을까? 앞으로는 종종 이런 시간을 가지려고 해야겠다(어째 어버이날 맞이 포스팅 같은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