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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편집후기

[편집후기] 소소동경(小小東京)

[편집후기] 

소소동경(小小東京)

 도쿄에서 마주한 일상의 다정한 순간들 



1. 이 책의 가제는 '한여름의 도쿄'. 계절적인 한정도 아쉽고, 원고도 좀 더 일상적인, 다양한 이야기가 더해졌기 때문에 '도쿄'와 '일상'에 포인트를 두기로 했다. 제목도 그 두 가지를 아우르면서, 감성적인 느낌이 나는 '소소동경'으로 잡았다. 도쿄라는 명칭이 흔하지만, 그보다 생경한 '동경'이 또다른 느낌을 줄 거라 생각했다. 동경(東京)이 아니라 동경한다의 그 동경(憧憬)과도 중의적인 의미를 주고 싶었다. 



2. 사진이 청량하고 깨끗했다. 디자인으로 복잡하게 장식을 더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사진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데 힘썼다. 사진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종이는 백지, 디자인도 시원하게 폈다. 처음엔 148*210 판형보다 작게, 감성적인 분위기를 더 살리는 방향을 생각했는데, 글만큼 사진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판형을 고쳤다. 전체 두께는 얇아져 읽는 부담이 줄었고, 사진의 비중은 확실히 높아졌다. 에세이집이면서 사진집 느낌이 난다. 



3. 책을 만드는 동안 도쿄로 떠났다. 원고를 읽다가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 중 하나는 엔가쿠지. 가마쿠라에 가보고 싶기도 했고, 책에 있는 곳을 이왕이면 직접 눈으로도 담아두고 싶었다. 4년 동안의 일본 생활 중 왜 하필 이곳을 책에 담았을까, 했는데 막상 가보니 알 것 같았다. 한적하고, 느긋하고, 무엇보다 아름답다. 도쿄의 어느 곳보다 좋았다. 야네센을 못 간 게 아쉬운데, 아쉬운 것 하나를 남겨야 다시 떠날 수 있겠지. 



4. 표지로 애를 먹었다. 책을 만드는 동안 독자들은 잘 모르는 출판사의 치열한 고민의 시간이다. 폰트, 위치, 부제, 띠지 같은 건 아니었다. 메인 색과 사진이 문제였다. 출판사, 독자, 작가 등 여러 가지 의견이 겹쳐진다. 각자의 입장, 취향, 방향이 있다. 뜻은 모두 좋고, 잘 팔리고, 예쁘고, 괜찮은 책을 만드는 것. 정답은 없다. 모두 애정이 많아서 생기는 시간이다. 그런 시간이 지나면 금방 인쇄가 진행되고, 실물의 책이 눈앞에 놓인다. 그다음은 오로지 독자들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