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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Day 1. 도쿄 - 도쿄역 이자카야, 카코이야(かこいや)

Day 1. 도쿄 - 도쿄역 이자카야, 카코이야(かこいや)



도쿄에서 보내는 첫날. 밤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어디를 가더라도 차가 끊기거나, 운영을 하는 곳이 얼마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로지 이날의 목적은 '이자카야'. 일본 여행을 오기 전부터 '이자카야는 꼭 갈 거야', 하고 임뚱이 기대를 하기도 했던 곳이기도. 그런데 도쿄를 몇 번 왔다고 해도 이자카야를 제대로 둘러본 적은 없어서 도쿄역으로 넘어오는 동안 급하게 구글 맵과 네이버를 돌아다니며 검색을 했다. 그러다 눈에 띈 곳이 '카코이야'라는 곳. 마루노우치 호텔하고 거리도 가깝고, 11시까지 영업을 해서 아슬아슬하지만 1시간 정도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자카야를 좋아하지만 괜한 돈 쓰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담배 냄새 폴폴 나는 거 아닌가 하고 별의별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입구에 발을 들인 순간 정갈한 느낌이 맘에 들어서 단번에 호감도가 쑥 올라갔다. 거기다 프라이빗한 공간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개별 룸에서 마실 수 있다는 게 이곳의 최대 장점! 분위기 있고, 조용히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면서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내부에선 흡연이 되는지 잘 모르겠으나, 외부에 흡연 공간이 따로 있기도.  



가게에 들어가 직원의 안내를 받고 룸으로 들어왔다. 일반 관광명소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본어를 할 수 있는 편이 주문할 때는 여러 모로 편리한데, 일본어를 모른다 해도 괜찮다. 가게 '한국어메뉴'가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 



나는 시원하게 병맥주를 골랐고, 임뚱은 시작부터 사케를 시켰다. 뜨거운 사케를 달라고 했는데 어째 주문이 잘 못 돼서 차가운 술이 나왔다. 나중에 또 뜨거운 것까지 시켜서 이쪽저쪽 다 맛봤으니 결과적으론 낫 배드. 차가운 사케는 잔에 가득 담겨 나오고, 마시다 흘러내린 술은 받침으로 떨어져 그대로 다시 마셔도 된다. 처음엔 이런 것도 있나, 싶어서 신기했다. 술과 함께 나온 가벼운 오이두부 안주는 건강한 맛, 어른의 맛. 



첫날의 여행의 목적지는 이곳뿐이었으므로, 여기서 원없이 먹기로 했다. 일단 일본에 왔으니 회는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주문. 드라이아이스가 곁들여져 나와서 서빙이 됐을 때 시각적으로도 꽤 돋보였다. 말 그대로 싱싱했고, 와사비가 잎 모양으로 장식된 것도 세심해서 인상적이었다. 양에 비해 가격은 좀 나간다 싶었지만 어차피 쓰기로 맘먹고 온 거라 굿굿. 



둘이 왔는데 안주를 계속 추가. 궁금했던 우설 스테이크와 명란구이. 개인적으로는 고기를 엄청 좋아해서 우설에 제일 손이 많이 갔다. 처음 도쿄로 여행을 왔을 땐 '우설'이란 말에 기겁을 했었는데, 이젠 없어서 못 먹음.. 여기에 감자랑 양파도 같이 나오는데, 웬만한 스테이크 전문점 못지않았다. 명란구이는 짤 거라고 예상하긴 했었는데 역시나. 조금 먹어도 너무 짜서 맥주를 벌컥벌컥. 맛이 없진 않은데 짜...   



차가운 사케를 마시고 기어코 또 주문했던 뜨거운 사케. 원하던 목적을 이뤄서 넘나 행복한 임뚱의 손놀림. 



둘이서 1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완전히 싹쓸이 했다. 맛있는 건 남기는 게 아니라면서. 영업 마감 시간을 몇 분 남겨놓고 나오니, 가게엔 어느새 '준비중' 팻말이 밖에 나와 있었다. 끝날 때까지 아주  잘 먹고 나와서 기분이 업 됐다. 이것저것 시켰는데, 가격은 11,440엔. 10만원 살짝 넘은 셈이니 꽤 괜찮았다. 늦게 도착해 별다른 일정이 없던 첫날 여행은 이렇게 제대로 선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