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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물건은 좋아하지만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 혼다 사오리

살림 책에 꽂힌 요즘. 덕분에 도서관에서 평소 가보지 못했던 코너의 책들을 좀 더 많이 둘러보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관심이 없으니 앞에 있었다고 해도 잘 몰랐을 책인데, 이런 쪽에 관심이 생기다니 스스로도 놀랍다. 

 

여러 권의 살림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었는데, 그중 고르게 된 책은 <물건은 좋아하지만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라는 책이었다. 미니멀라이프에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으면서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갖고 싶은 물건들이 더욱 많아져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딱 맞는 제목의 책. 표지도 깔끔하고, 판형도 커서 사진을 시원시원하게 볼 수 있던 게 장점.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정리 수납컨설턴트로 활약 중인 혼다 사오리로, 이미 여러 권의 살림책을 낸 살림 고수다. 아이와 함께 사는 생활에 관한 책도 냈지만, 그건 내게 해당되지 않아서 이번에 읽은 건 남편과 2인 생활에 관한 것. 일과 물건, 생활이 심플해지는 정리팁 전반에 관해 알려준다.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선 개인적으로는 가장 맘에 들었던 책. 잡지 보듯 시원스럽고, 깔끔한 사진이 많은 것도 좋았고,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쉬워서 편안하게 읽는 맛이 났다. 더구나 이 책은 ‘무조건 비우라’는 느낌이 아니라, 낭비 없이 홀가분하게 살다보니 이렇더라, 라는 느낌으로 강요하지 않는다. 거기다 저자가 물건을 확실히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갖고 싶은 아이템들도 많아서 볼거리가 가득. 

 

물건을 처분하는 법과 고르는 법,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은 어떻게 물건을 소유하는지에 관한 인터뷰도 있고, 몇 벌 없는 옷으로 어떻게 코디를 하는지, 하루의 일상은 어떻게 보내는지 시간대별로 보여주고, 가방 속 아이템도 거침없이 공개한다. 남의 집이랑 가방 보는 게 이렇게 재밌는지ㅜㅜ 아침에 회사에 가서, 집에 와서 잠자기 전에 틈틈이 계속 끼고 다니면서 열심히 읽어나갔다. 

 

요즘 읽은 심플라이프/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책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고심 끝에 물건을 고르고, 소중히 오래 쓰라는 것.

 

저자 역시 직장인으로 일할 때는 쌓이는 스트레스를 쇼핑을 하는 것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그때 기분전환 삼아서 질렀던 아이템은 정말 많았는데, 지금까지 자신의 곁에 남아 있는 물건은 하나도 없다고.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저렴해서, 분위기상 사야 할 것 같아서 쉽게 구입한 것들은 그만큼 소중하게 대하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 어떤 물건이 자신에게 있는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물건들은 또 다른 물건으로 대체되어 쌓인다. 지름의 악순환! 

 

이제 그 패턴에서 완전히 벗어난 저자는 마음껏 물건을 사는 대신, 원하는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오래 고민한다.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쉽게 타협하는 것은 아닌지 등 그런 고민 끝에 원하는 물건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 정말 크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좋아하는 무인양품에 다녀왔다. 예전 같으면 가서 맘에 드는 것 보이면 사야지, 였다면 이번엔 집의 사진을 찍고 필요한 것들을 리스트업 한 뒤 머릿속으로 어떻게 놓으면 좋을까 하고 계속 그려보았다. 덕분에 사온 것들은 전부 실패하지 않았다. 매장을 돌아다니며 눈에 띈 물건의 경우, 전처럼 바로 사지 않고 좀 더 고민하기 위해 사진으로만 담아왔다. 쉽게 사지 않으니 그만큼 물건에 대해 애정이 더 생기는 느낌. 

 

저자가 보여준 삶의 모습을 천천히 따라서, 나도 낭비 없이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