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리뷰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사사키 후미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사사키 후미오

한때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책이 쏟아지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가장 핫했던 책이 바로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다. 특히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황치열이 집 정리를 할 때 읽었던 책으로 유명했었다. 그렇게 열풍처럼 번졌던 '미니멀라이프'였는데, 당시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삶의 방식인데, 너무 유행처럼 급하게 번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거부감이 더 컸던 것 같기도 하다.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관심은 이전에 비해 한풀 꺾인 모양새지만, 나는 이제야 관심이 좀 생겼다. 워낙 집순이라 집 안에서 생활하는 편이었는데, 집에만 있으면 편하지만 덩달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고, 답답한 기분이 들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퇴근하고 집 좀 정리해야겠다 싶어서 청소를 한 적이 있는데(평소엔 잘 안 함), 그때의 기분이 다른 어떤 때보다 좋았다. 집에 있는 건 똑같은데, 청소 하나만으로 이렇게 기분이 좋다니? 

그때부터 미니멀라이프, 정리/수납 같은 것들에 관심이 생겨, 온라인 서점에서 책에 대해 검색하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워낙 '미니멀라이프' 열풍이었어서 책들은 많았는데, 그중 눈에 들어온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저자인 사사키 후미오는 편집자로, 집에 짐을 가득 쌓아두는 맥시멀라이프를 살았다. 읽지도 않을 책들을 쌓아뒀고, 자주 사용하지도 않는 카메라를 사들이고 집에는 암실도 만들었으며, 물건을 버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 물건들에 치이는 생활로 인해 답답하고, 의욕이 없고, 불안한 나날이 이어졌다. 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또 다른 물건을 사들이는 데 시간과 돈을 썼고, 그럴수록 삶은 더 팍팍해졌다.  

이러던 중 그는 미니멀라이프라는 걸 알게 되었고, 물건을 버리기 시작하면서 인생 자체가 변했다고 한다. 물건이 없으니, 집안일은 쉬워졌고, 물건을 고를 때도 확고한 기준과 취향이 생겨났으며, 삶이 더욱 심플해지면서 활력이 생겼다고 했다. 부가적인 효과로 필요한 만큼만 먹으니 다이어트도 되었고, 큰 집이 필요 없어져 작은 집으로 옮기니 집세도 줄었다고 했다. 남과 비교하지도 않게 되었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게 된 듯했다. 

이번에 읽은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미니멀라이프를 하면 인생이 바뀌어'라는 자기계발서적인 측면이 좀 강하긴 하지만, 그래도 직접 겪고 얻은 놀라운 효과와 생각의 방향은 흥미로웠다. 생활 자체를 줄여서 삶의 불안을 던다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책의 앞부분에는 몇몇 미니멀리스트들의 집을 소개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것만 보고, 각자 어떻게 미니멀리스트가 되었고,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대해서 각각의 사례를 보여주는 건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래도 충분히 재밌어서 오랜만에 독서다운 독서를 했단 느낌이었다. 더욱이 저자가 편집자여서 그가 갖는 불안이 어떤 건지 더 알겠는 것. 다만, 이 책은 싱글 가구에 좀 더 맞는 내용이어서 가족이 있는 집의 미니멀라이프 책도 좀 더 보고 싶긴 하다. (참고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인데, 책에 낙서되어 있는 것 극혐....!)


+) 책 중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할 수 없다고 말할 때, 사실은 하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