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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미등록자 - 히가시노 게이고

미등록자 -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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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미등록자>다. 원제 <プラチナデ-タ>로  일본에서 2010년 출간, 우리나라엔 서울문화사가 <플래티나 데이터>라는 원제 그대로 2011년 출간되었다. 그리고 출판사를 비채로 바꿔 <미등록자>라는 이름으로 2018년 새로이 나왔다. 


핵심 소재는 'DNA 수사 시스템'. 말 그대로 개인의 DNA를 국가가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해 범죄사건에서 용의자를 빠르게 특정하고 검거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이 시스템은 순식간에 주요 범죄사건에 이용돼 더 이상 '감'에 의존하기만 했던 밀착수사는 살짝 힘이 빠진다. 그러던 중 이 시스템을 개발한 천재 수학자 다테시나 사키가 살해당하고, 제1용의자로 주요 연구원인 가구라가 지목된다. 마침 이중인격을 앓고 있던 가구라는 제2인격인 '류'가 자신이 기억을 잃은 사이 범행을 저지른 것인가 싶어 혼란스럽다. 


어찌 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 속 그의 도주를 도울 테니, 천재 수학자가 남긴 또 다른 시스템 '모굴'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DNA 수사 시스템 연구원에서 순식간에 살해 용의자 및 도주자가 되어버린 가구라. 한편 경시청과 별종 아날로그 형사 아사마는 그의 행방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 별종 형사는 마침내 수수께끼 같은 살인의 실마리를 잡고, 가구라와 한 편이 돼 사건 해결과 동시에 DNA 시스템의 비밀을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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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출간되자마자 샀을 땐 바로 읽으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읽는 데 오래 걸렸다. '과학'은 그리 맞지 않는 것 같다. 볼륨감이 있어서 중반까지는 조금 힘들었는데, 후반부부터는 그래도 차츰 속도감이 붙고, 막판 몇 십 페이지를 남겼을 땐 결말이 궁금해서 마음 졸이면서 봤다. 대체로 해피엔딩 결말을 내어주어서 믿으면서도, 혹시 이 작품에선 그대로 범인이 아사마와 가구라를 죽이고 끝내버리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쫄깃쫄깃. 


중반부까지 왜 속도가 안 났을까를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마침 가구라는 이중인격이고, 마침 그를 돕겠다는 조력자가 나타나고, 마침 그는 다테시나 사키의 비밀 별장을 알고 있고, 마침 국가권력에 회의적인 은인이 있고…. 처럼 이어지는 우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거기다 스즈란의 존재도 이미 열차를 타던 순간 눈치를 채서(히가시노 게이고의 패턴에 익숙해진 것일까) 조금 김이 샜다고나 할까. 

그리고 초판이 2010년이니, 19년 전 책인지라 아무리 최신 기술이라고 치켜세워도 좀 올드한 감이 없지 않은 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 최고치의 작품은 아니지만, 그런 대로 무난한 작품 같다. 별개로 아라시의 니노미야 가즈나리가 주연으로 원작 결말과는 다르게 영화를 찍었다던데 그것도 궁금해 언젠가 볼지도 모르겠다. 



 

 

1. 편집에 대하여



-우선 제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듯하다. 국내에서 재출간되어서인지 원제 대신 <미등록자>로 바꾸었는데, 개인적으론 바꾼 게 좋다. '플래티나 데이터'가 무슨 뜻인지 분명히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다 읽으면 제목에 가장 적합하다는 걸 알 수 있겠으나, 같은 의미의 지금 제목이 훨씬 명료하다. 제목이 그대로였으면 따로 구입하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 이 책의 보도자료 끝에 '2018년 작가와 면밀히 상의 끝에 제목을 바꿨다'는 말도 있고,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겠지. 

 

-폰트나 행간, 제목의 여백 등은 괜찮은 듯. 읽는 데 불편하지 않았다. 기본 스타일(판형 137*197)


-읽다 발견한 것  

7쪽 일본어 은어' [끝의 작은따옴표가 첨자 처리됨]

58쪽 봐야하죠? → 봐야 하죠? ['-어야 하다' 원칙적으로 띄어 씀]  

58쪽 먼저 보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 먼저 보고 오라고 했습니다. [존대가 아님]



2. 디자인에 대하여 


-김영사(비채) 내부에서 만든 디자인. 개인적으로 표지가 맘에 든다. 애매모호한 제목, DNA 같은 다루기 힘든 이야기를 잘 표현해낸 것 같다. 색감도 독특해서 눈길이 간다. 최근에 나온 히가시노 게이고 책 중 맘에 드는 디자인. 아래는 원작, 서울문화사판, 비채판 표지인데, 2011년의 표지는 엄청 직관적이다(과학이 분명하고요..). 같은 이야기인데, 완전히 다른 디자인이라는 게 신기하다. 그와 별개로, 원작은 정말 밋밋한 표지. 표지는 우리나라가 정말 잘 뽑는 거 같다. 




3. 기타


-책도 책이었지만, 노트를 사은품으로 같이 준다기에 혹했다. 이름하야 노트 덕후. 그런데 미등록자 노트가 아니라, 몽환화 노트여서 좀 실망. 재고가 남은 모양이다. <몽환화>도 이미 집에 가지고 있긴 한데, 신간에 구간 노트 끼워주는 건 별로.. 안 주는 거보다 낫지만 그래도 별로.. 


-13,800원. 책값이 많이 올랐다. 양장도, 4도도 아닌 것을.. 이 책만 그런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