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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나는 전설이다》 - 윌 스미스, 앨리스 브라가, 찰리 타핸

퇴근 후 넷플릭스 영화를 오랜만에 볼까, 하다가 고른 <나는 전설이다>. 지난번 윌 스미스 주연의 <행복을 찾아서>란 영화를 봤는데, 괜찮았어서 2007년 개봉한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보기로 했다. <행복을 찾아서>와 비슷한 점은 윌 스미스 단독 주연이라는 점과 그의 친아들과 친딸이 출연한다는 점. 솔직히 꽂아넣기라고도 볼 수 있으나 두 영화에서 자녀들이 훌륭히, 감초 역할을 해냈기 때문에 괜찮았던 듯. 영화를 보면서도 친자녀라고 하니 더 흥미롭게 보기도 했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는 1954년에 출간된 리처드 매드슨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작은 핵전쟁 이후 변이된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류가 모두 흡혈귀가 되고 그 가운데 주인공이 홀로 남겨져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영화는 암을 극복하려는 생체실험을 벌이던 중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사람들이 '좀비'와 같은 변종 인류로 변하면서, 지구 멸망의 길을 걷는다. 그 가운데 면역체를 가진 과학자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은 자신이 기르던 개와 살아 남으며, 백신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으며 홀로 사투를 벌인다. 

 

원작이 있으니 큰 내용은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흡혈귀와 변종 인류, 핵전쟁으로 변이된 바이러스와 생체실험으로 인한 바이러스. 확실히 영화가 후반에 나온 것이라서 좀 더 현실적으로 와닿게 잘 그려낸 것 같다 싶었다. 

 

이 영화를 볼 때 나는 윌 스미스가 나온다는 것과 <나는 전설이다>가 재밌다는 평을 들었던 기억 때문에 골랐었다. 그러니 줄거리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다. 그저 진행되는 모습을 볼 때 변종 인류와 대치하고, 백신을 개발해 내는 것이 영화의 중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오히려 그 이후의 벌어진 사건들보다 인류 멸망 후 혼자 남겨진 사람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춘 듯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지고, 홀로 남아서 자신과 같은 생존자를 찾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방성을 송신하고, 몇 년째 사람들과 말을 섞질 못해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서 대사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다 외우고 한다. 제일 슬펐던 장면은 상점에 마네킹을 세워두고, 대답이 돌아올리 없는 이들에게 농담을 걸고, 친구처럼 대했던 것. 완전한 홀로가 되었을 때의 사람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겠구나, 하고 굉장히 안타까웠다. 육체적 고통보다 사회성이 격리된 정신적 고통이 인간으로서 정말 견디기 힘들지 않을까.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중. 로버트 네빌에게 불행이 닥친다. 바로 오랫동안 곁에서 기르던 개의 죽음. 이 개는 게다가 자신을 구하려다 죽음에 이르게 된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이 그를 덮치고, 완전히 폭주해버리는 네빌. 그때, 또 다른 생존자 안나와 에단이 나타나 죽음 직전의 네빌을 구해낸다. 처음엔 갑자기 나타난 생존자에 대해 불신이 가득한 네빌이지만, 이 생존자들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들과 함께 생존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떠날 결심을 한다. 하지만 그날 밤, 변종 인류들이 어둠 속에 나타나 집을 덮치고 그는 인류의 구원을 위해 백신을 안나의 손에 쥐여주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게 그는 전설이 되었다. 

 

끝이 좀 허무하게 끝나는 감이 있지만, 생리를 거스르는 인간의 이기심, 홀로 남은 인간의 고독, 또 다른 인류에 대한 희생 등 메시지는 은근한 여운을 남긴다. 시즌2를 제작하길 감독은 희망했지만, 정작 윌 스미스는 거절했다고 하는데 이 영화를 보니 이대로 끝내는 게 맞았던 것 같다. 다시 시즌2라니 이상해.. 내가 봤던 건 일반판이었던 것 같고, 감독판이 따로 있는데 그건 결말이 다르다고. 대충 줄거리를 들었으나 이쪽이 더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