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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돈》 -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김민재

<돈>이냐 <어스>냐 고민 끝에 조금 호러 영화보다는 좀 더 가벼운 장르를 보고 싶어서 <돈>을 골랐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비교적 가볍게 풀어낸 영화일 거라고 혼자 단단히 착각을 했더랬다. 영화는 생각보다 어두웠고, 처절했고, 우울했다. ㅜㅜ

 

영화를 고르기 전에 입소문이 다한 경우가 많아서 이번에도 평점 정도는 파악하고 가는 편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몰입감이 좋았다" 등등 괜찮은 평이 더 많이 눈에 띄어서 괜찮을 거라고 판단했고, 류준열이 거의 혼자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데 300만이나 돌파했다는 얘기에 또 한번 괜찮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나. 생각보다는 좀 밋밋했고, 그래서 결론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뒷부분의 나름 류준열의 한 방도 그렇게 통쾌하거나 하는 희열이 부족했다. 굳이 개봉하는 것에 맞춰서 보러 가지 않았어도 됐을, 애매모호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부자가 되고 싶었다"라는 메인 카피에서 드러나듯, 돈을 가장 가까이에서 움직이는 여의도 증권가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빽도 없지만 뭐도 없지만 면접 끝에 제대로 입사하게 된 그. 든든한 가족의 후원으로 인정을 받는 동기, 속은 모르겠지만 냉철하고 유능한 모습으로 막대한 이익금을 챙기는 선배들. 그런 가운데 몇 개월 동안 밤낮 없이 일하고 접대도 하지만, 남는 건 멍청한 신입이라는 꼬리표다. 최악은 고객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팀원의 이익금도 도로 토해내야 하는 처지에 이른다. 

 

이 회사에서 글러먹었다라는 느낌이 들 무렵, 선배 하나가 그를 위로하면서 베일에 싸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소개해준다. 만나는 것부터 쉽지 않았던 그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으니 참여하겠냐며 제안한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승부욕' 같은 것이 발동한 일현은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후 그는 몇 억원을 단숨에 벌어들일 만큼 쉽게 돈을 벌지만 서서히 변해간다. 6년을 사귄 여자친구를 두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처음 보는 여성들과의 합석도 주저하는 법이 없고, 자신보다 벌지 못하는 선배들이 우습다. 그리고 작은 것에도 벌벌 떨며 돈 쓸 줄 모르는 부모님이 답답하다. 

 

변하긴 해도 제법 돈의 맛을 느끼고 있던 차, 자신의 뒤를 캐는 금융감독원 사냥개 한지철(조우진)이 나타난다.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놈들이 싫다며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그 때문에 완전히 돌아버릴 것 같은 일현. 그런 데다 나중엔 번호표에게 버림받은 다른 사람들이 합세해 불법 내역을 알려주거나 갑자기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면서 일현은 이 위험한 거래가 자신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음을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주어진 미션은, 동기의 기업을 망가뜨리는 것. 자신이 위험한 거래에 발을 들일 때 자신을 위해 애쓴 동기에게 차마 그럴 수 없었던 일현은 '변수가 생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번호표에 맞서 새로운 작전을 세운다. 그리고 성공. 변수는 변수로 응한다는 번호표에 의해 칼부림도 당하지만 어쨌든 그는 그렇게 '욕망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난다. 사냥개 지철에게 거래 증거들을 모두 남기고. 

 

(솔직히 주식 얘기 1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려니 이해 안 가는 단어들이 좀 많았다.. 주식 브로커와 매니저가 무슨 차이인 줄도 잘 모르는데ㅠㅠㅠ) 

 

류준열밖에 모르고 영화를 봤는데, 유지태도, 조우진도 나왔다. 여기에 진선규, 다니엘 헤니, 김민재 같은 낯익은 배우들도 출연했다. 이렇게 쟁쟁한 배우들이 많이 참여했을 줄이야. 덕분에 보면서 반가운 마음은 들었으나, 이런 라인업이라면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 

 

개인적으로 류준열이 해외로 잠시 도피했을 때 다니엘 헤니와의 만남은 뭐가 갑자기 코미디로 변해버린 것 같아서 좀 생뚱맞게 느껴진 부분(반전과 연결돼서 중요한 씬이지만). 또 아쉬운 건 일현과 번호표 일당을 뒤쫓는 조직인 지철 하나인 점이 뭔가 규모가 너무 작아진 느낌이랄까.. '사냥개'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너무 스케일이 귀여워.. 또, 번호표가 아무리 대단한 놈이라도 계속 다 사고 내고, 죽이고 하니까 오히려 무서운 게 덜해진 것도 아쉬웠다. 기대가 커서 그런가 마냥 아쉬운 것만 생각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