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가볍게 볼만한 로코를 찾아보다가 발견한 2009년작 <프로포즈>. 개봉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도 이 영화가 궁금해 시도해본 적이 있었으나 개인적으로 남주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해서 멈춰버렸었다. 그런데 '데드풀'로 라이언 레이놀즈가 호감이 됐기도 했고, 또 마땅히 이것 말고 땡기는(?) 영화는 없었던 터라 한번 다시 보기로 했다.
워낙 오래된 영화라 출연 배우만 기억하고 있었고, 주인공의 관계나 내용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이 영화의 여주인공 마가렛(산드라 블록)은 뉴욕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있는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이고, 남주인공 앤드류(라이언 레이놀즈)는 편집자가 되고 싶어 그녀의 비서처럼 일하는 부하직원이었다. 2009년 당시에 대학생이었던 내게는 퍽 끌리는 요소는 아닌데, 지금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내게는 '출판사'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전과 다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마가렛은 전 직원들이 알아주는 (마녀지만) 능력 있는 편집장인데, 캐나다인으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고 만다. 사랑하는 일자리를 잃고 쫓겨나야 하는 상황에서 그녀가 고안한 방법은 부하직원인 앤드류와 결혼한 뒤 바로 이혼하는 것. 아이디어는 황당하지만, 편집자가 되고 싶은 앤드류에겐 승진이라는 짜릿한 대가를 약속하고 이들의 비밀 계약은 서서히 진행되어 간다.
이후 이들은 먼저 실제 커플임을 증명하기 위해 심사를 받고, 얼떨결에 앤드류의 부모님이 있는 알래스카로 동행하게 된다. 이곳에서 할머님의 생신 파티가 열리고, 앤드류와 오랜만에 재회한 가족들은 따뜻하게 맞이한다. 내키지 않던 가족 모임과 알래스카행이었는데, 천애고아로 '일'과 '자신'밖에 모르고 살던 마가렛은 점차 이 매력적인 가족들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코미디는 덤. 웬만한 코미디 영화를 보고도 웃지 않는 나인데, 산드라 블록의 능청맞은 변태 춤(?)에 진짜 깔깔거렸다. 시켜놓고 당황한 할머니 표정하며, 산드라 블록에 다 놔버린 막춤 향연, 한심한 듯 쳐다보는 라이언 레이놀즈까지 제대로. 이뿐인가, 아슬아슬 알몸으로 대면하던 씬도 잊을 수 없다.
어느덧 알래스카에서 마녀에서 친근한 상사로 탈바꿈한 마가렛. 가족들은 이 둘에게 결혼식을 치르라고 부추기게 되고, 급기야 마가렛을 가족처럼 아끼던 할머니는 대대로 물려온 반지와 드레스를 준비한다. 마가렛은 너무 다정한 이들이 자신의 거짓말로 더 이상 상처입지 않길 바라며 결혼식을 파토내고, 캐나다로의 추방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미련 없이 떠나버린 지긋지긋하고 끔찍한 상사에게 앤드류는 왜 또 마음이 이상해지는지. 결국 그녀를 따라 뉴욕으로 날아가 제대로 프로포즈를 하고, 커플에 골인한다.
영화 <프로포즈>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너~무 뻔하게 보이고, 유치하기도 하지만, 두 주인공의 매력에 유쾌하게 볼 만하다. 개봉 당시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찍었으며, 이때의 산드라 블록이 40대였다는데, 여느 20대 못지 않은 것. 그냥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기분 좋게 영화를 한 편 보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듯. 알래스카의 아름다움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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