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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연애의 행방》 - 히가시노 게이고

지난번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의 행방>. 이전에 <그대 눈동자의 건배>라는 단편집을 먼저 빌렸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은 영- 장편에 비해 힘이 떨어지는 바람에 다 읽지 지난번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의 행방>. 이전에 <그대 눈동자에 건배>라는 단편집을 먼저 빌렸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은 영- 장편에 비해 힘이 떨어지는 바람에 다 읽지 못하고 반납을 해야 했다. 연장을 하려고 했는데, 워낙 인기 많은 작가이다 보니 예약자가 많아서 반납. 단편집은 후에 읽기로 하고, 대신 대출 가능했던 <연애의 행방>을 골라 들었다.  

국내 제목은 '연애의 행방'이지만, 원서명은 '사랑의 곤돌라'다. 원제를 왜 '사랑의 곤돌라'로 지었는지는 마지막 단편을 읽으면 이해가 가지만, 아무래도 국내 정서와는 안 맞는 듯하여 개인적으로는 잘 바꾼 것 같다. '행방'이라고 하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연애의 느낌이 더 살아나는 듯하고.    

 

<연애의 행방>은 솔직한 현실 남녀 8인의 짝 찾기로, 7가지 단편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읽어내려가게 만든다. 그래서 <그대 눈동자에 건배>는 마저 읽지 못했지만, 이 책만큼은 다 읽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초반엔 심심풀이로 읽다가 여느 책처럼 막판엔 너무 재밌어서 책을 부여잡고 읽었을 정도. 

출판사에서는 이 책을 '히가시노 게이고의 첫 연애소설'로 마케팅했는데, 사실 살인사건을 다루면서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여러 소설에는 '남녀의 연애'가 자주 등장하곤 했었다. 그러니, 첫 연애소설이라고는 해도 능숙하게 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약혼녀를 두고 바람을 피우다가 곤돌라 안에서 딱 마주친 남자의 심정, 30대이기 때문에 이번이 아니면 주변에서도 조심스러워서 더 이상 이성을 엮어주려는 일도 하기 어렵다는 친구의 조언, 관심 있는 이성이 내가 아닌 다른 이성으로 갈아타는 일, 자신과 이성이 어울릴 수 있을지 뺄셈과 덧셈을 해가며 재어보는 일 등 사소하지만 남녀 사이에서 은근히 공감되거나 놀라운 에피소드들이 중간중간에 널려 있어 작가의 예리한 통찰력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약혼녀를 두고 바람을 피우다, 겨우 결혼을 하고도 정신을 못차리고 자신이 피해를 준 여성을 다시 한번 웃음거리로 만드는 고타나 그와 비슷하게 여자에게 작업을 시도 때도 없이 거는 미즈키는 보기 힘들 정도로 한심한 데다, 결국 여자들이 모두 용서해준다는 것은 답답하다.하지만, 원래 남의 연애라는 게 답답한 법이니 따지고 들지 않으면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니까.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마지막에 모모미가 '안녕' 하고서 고글을 벗는 장면과 다른 커플들이 '히다'가 이성에게 꽤 집적대는 스타일로 만든 에피소드. 무서운 것 하나 없는데 소름.. 

책 뒤의 옮긴이의 말을 통해 알게 된 재미난 사실은, 스노보더 전문지의 집필 의뢰에 따라 연재된 것이며, 동계스포츠의 활성화라는 목적도 살짝 깔아두었다는 것. 그래서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기러 당일치기로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스포츠의 푹 빠진 인물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스키나 스노보드에 관심 1도 없던 내가 이것 보고 어느 정도 호기심이 생긴 걸 보면, 작가가 글을 잘 쓰는 걸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론 이 가벼운 연애소설이 '매스커레이드' 시리즈보단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