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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식당, 카페

동두천, 일미담(一味談)


추석맞이 오랜만에 동두천행. 결혼을 하고 나서 명절 때마다 매번 고민되는 건 '동두천의 맛집은 대체 어디인가' 하는 것. 부대찌개도 먹었고, 떡갈비도 먹었고, 쌈밥집도 가봤고, 고기도 먹었고.. 이제 어딜 가나 싶다. 거기다 명절이니 휴업하는 가게도 많아서 더 찾기가 어렵다. 블로그를 이리저리 검색하고 뒤져서 요번에 찾아낸 곳이 한정식집 일미담. 피자나 햄버거 같은 음식보다 오로지 '밥'이 좋은 부모님과 가기에 적당한 곳이다. 식당 소개를 보니 속초에 본점이 있고, 동두천이 2호점이라고 한다. 


지행역 인근에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중앙역과 더 가까웠다(여기서도 좀 걸어야 한다). 밤에 가면 주변에 제대로 된(?) 건물이 없어서 조금 으스스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이 가게 자체만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듯 깨끗하고, 넓고, 세련된 분위기다. 주차장은 가게 뒤편에 작게 마련되어 있다. 어떤 블로그에서 "자리가 너무 좁아서 세울 수 없더라"고 하던데, 명절에 가니 차가 별로 없고 세울 곳도 많았다. 복불복인 것이다. 



모처럼 먹는 가족 식사라 실패를 하지 않으려고 블로그를 엄청 뒤졌더니, 가기도 전에 메뉴판이 머릿속에 입력된 상태. 간장게장, 직화돼지불고기, 생선구이 정도가 메인이고, 영양돌솥밥을 곁들이려면 정식 메뉴를 시켜야 한다고. 아빠는 이날 일이 있어 빠지고, 엄마랑 임뚱이랑 셋이서 취향별로 간장게장과 직화돼지불고기를 정식으로 골랐다. 테이블이 넓다 싶었는데, 기본찬부터 줄줄이 나오니 어느새 자리가 좁게 느껴졌다. 각자 다른 메뉴를 골랐으면 음식을 어디다 둬야 했을까. 대부분 이 집의 리뷰는 칭찬 일색이었는데, 그중 어느 하나는 반찬이 별로라고 혹평해서 걱정이었다. 90%가 좋다는데도 말이지. 그런데 막상 먹고 보니 입맛에 잘 맞았다. 너무 저렴한 뷔페식 반찬은 아니려나 싶었는데 기우였다. 샐러드도 담백하고, 반찬도 너무 달거나 짜지 않았다. 


 

내 입맛엔 맞더라도 엄마는 아닐 수 있어 물어봤는데, 맛있다고. 특히 간장게장이 안 짜서 좋다고 했다. 나는 직화돼지불고기에 파랑 양파가 수북이 곁들여 나오는 게 좋았고, 2인분인데 셋이서 먹어도 될 정도로 전체적으로 양이 많은 것도 좋았다(양은 자고로 많아야지). 기억에 남는 반찬은 계란말이, 샐러드, 간장새우. 이것 말고도 손대는 것마다 다 맛있고, 반찬이 많아서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무엇보다 실패하지 않아서 다행. 다음 번엔 동두천에서 뭘 먹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