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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한번 까불어 보겠습니다 - 김종현


서점에 책구경을 갔다가 '예쁘다' 싶었던 책이 있었다. 그게 바로 달출판사의 <한번 까불어 보겠습니다>. 제목이랑 표지에서 느껴지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에 저자가 누군가 봤더니, 퇴근길책한잔이라는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이 책을 출간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어서, 역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갱지 같은 종이에, 간간이 스페셜 페이지는 노란 면지를 깔고, 저자의 캐릭터가 책날개에 들어가 있고, 뒤표지는 재밌는 추천사가 한가득이다. 이 책 재밌네. 그러고 슬쩍 프롤로그를 읽었더니, 그건 더 재밌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라며 자뻑 가득한 글이 있는 게 아닌가. 자신감인지, 허세인지 모를 이 글을 읽고, 다음 페이지를 얼른 재촉하게 된다. 그렇게 읽다보면 '책방 주인장'이 아닌 인간 '김종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무뚝뚝하지만 은근 따뜻하고, 충만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알람은 꺼두고, 싫어하는 사람과 일은 피하는 사람, 웬만한 스펙은 갖췄으되 자발적 거지를 택한 사람. 그와 더불어 주변에서 주로 봄직한 '꼰대'와 '평범한 인물 1,2, 3' 등을 만날 수 있다. 


달출판사 리뷰어를 모집하기에 신청해서 받은 책인데, 사실 이 정도의 책이라면 돈을 주고 샀어도 아깝지 않을 글이다. 요즘 책에서 보기 힘든 제법 '자신의 생각이 뚜렷한' 책이다. 그런데 그게 또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 듣고 보니 그럴 싸하다. 오래도록 고민한 끝에 얻은 결실이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건, 49대 51 이야기. 나는 왜 이렇게 무난한, 평탄한 삶을 살았지? 라고 매번 생각하지만, 결국은 늘 쥐고 놓지 못한 51 때문이란 걸 알았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앞뒤 안 재고 뛰어들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