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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버드 박스 - 산드라 블록, 트래반트 로즈, 존 말코비치

버드 박스 - 산드라 블록, 트래반트 로즈, 존 말코비치 



넷플릭스를 통해 처음으로 보게 된 넷플릭스 영화 <버드 박스>. 정식 개봉을 한 건 아니지만 스트리밍 수가 대단할 만큼 굉장히 핫한 영화라고. 처음 영화를 보려고 시작했을 땐 이렇게 유명한 영화였는지 몰랐고, 소재가 특이하고, 산드라 블록이 나오니까 한번 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내 의지보다는 임뚱의 의지가 강했음). 알고 보니 조시 맬러먼이라는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이 책은 검은숲 출판사에서 2015년 발간되었다. 


줄거리는 어느 날부터인가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면 인류가 이상해지면서 서로를 해치는 등 기현상이 나타난다. 알 수 없는 존재를 피해 밖과 철저히 차단된 집에서 몇 사람이 모이지만, 결국 여기서도 비극은 피할 수 없다. 임신 중이었던 맬러리(산드라 블록)은 그곳의 마지막 생존자로 두 아이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고, 극한의 사투를 벌인다. 




눈을 마주치면 사람이 돌아버리는 기현상이라는 소재가 특이했지만, 집중해서 보기엔 초반엔 좀 무서웠다. 계속 딴짓을 하느라 앞부분은 솔직히 대충 넘겼고, 집에 사람들이 모인 후 서로의 생존을 위해 룰을 만들고, 언쟁을 할 때쯤부터 제대로 몰입했다. 


공포/스릴러 영화의 특성상 민폐 캐릭터 하나쯤은 있는데 이 영화에도 물론 있었다. 외부인은 절대 들이지 말라는 룰이 있는데, 밖에 있는 사람이 불쌍하다며 문을 열어버리고 만 올림피아(다니엘 맥도날드). 결국 그녀의 이 결정은 절반 이상의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만다(답답). 이런 답답한 과정을 거치고, 겨우 톰(트래반트 로즈)과 맬러리(산드라 블록)이 서로를 의지하면서 두 아이를 키워내며(맬러리와 올림피아의 아이) 잘 살아가는 구나, 싶을 무렵 또 외지인의 기습이 이어지고, 이들에겐 끊임없는 불행이 닥친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공포, 나 외에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공포가 영화 전반에 드리워지는데, 그 공포가 볼수록 끔찍하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려 하지만 두 눈을 감싸고 그 망망대해를 이동할 때의 엄마의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야 하는 마음, 아이들에게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알려줄 수 없는 마음은 대체 어떤 것일까. 상상할 수 없는 두려움이다. 


이처럼 영화는 후반부까지 공포심을 제대로 자극하지만, 결말로 가서는 갑자기 힘이 팍 꺾여버린다. 사투 끝에 맬러리가 겨우 찾아낸 안전한 장소는 시각장애인들의 학교였다. 앞을 볼 수 없으니 기현상에서도 비껴갔던 이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맬러리와 두 아이도 드디어 평화를 찾는다. 안전한 곳을 찾았으니 다행이지만, 너무 급작스러운 해피엔딩으로 이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라는 것인가? 게다가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알 수 있을 줄 알았던 기현상의 정체 또한 나오지 않는다. 


몰입해서 봤는데, 허무한 결말. 소재는 좋았지만, 마무리가 너무 아쉬운 영화로 끝나버렸다. ㅠㅠㅠ (그래도 무섭긴 무서웠음) 참고로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이 생각났던 영화는 <눈 먼 자들의 도시>. 둘 다 같이 봐도 괜찮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