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쇼 - 짐 캐리, 에드 해리스, 로라 리니
현실이라고 믿었던 삶이 알고 보니 자신을 위해 조작된 방송이었고, 그걸 뒤늦게 깨달은 트루먼이 탈출을 감행한다는 이야기의 <트루먼쇼>. 1998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너무 유명해서 읽던 책에서도 주인공의 사례가 인용된 것도 본 적이 있었다. 그만큼 대단했는데, 왠지 줄거리를 아니까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마음에 질질 끌다가, 넷플릭스에 있길래 가볍게 보기로 했다.
확실히 개봉한 지 20년이 더 된 영화라 그런지, 영화에서 묻어나는 세월의 촌스러움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옛날, 어렸을 적에 봤던 영화 느낌이 나서 나름 반가운 느낌도 있고, 짐 캐리의 깨방정 모습도 보고 하니 볼만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30세 보험회사원 트루먼. 아내와 홀어머니를 모시고 이보다 더 평화로울 수 없는 삶을 사는데, 어느 날 하늘에서 조명 하나가 툭 떨어진다. 어디서 떨어졌는지 어리둥절해하는데, 어떤 날엔 길에서 어릴 적 죽은 아버지를 만난다. 어쩐지 이상하다며 수상해하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출근길 차안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었더니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방송에 생중계되는 일을 겪는다.
이 놀라운 일을 가족, 친구들에게 전하지만 한통속인 이들은 "너가 잘못 알았겠지"라고 사실을 부정한다. 사실 그가 이런 의문을 품게 된 데에는 첫사랑인 '실비아'의 영향도 컸다. 그녀는 그가 바깥 세상과 유일하게 소통했던 인물로, 연인이 될 뻔했으나 방송사의 농간으로 헤어져야 했다. 대신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모든 것이 다 쇼야, 모두 너를 알고 있어!".
자신을 가로막는 것들을 피해, 안전한 섬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트루먼은 마침내 성공한다. 그리고 그걸 보는 사람들은 마치 제일처럼 기뻐한다. 그가 해냈다며.
영화를 보면서 잔인하거나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생각해보면 굉장히 소름끼치는 느낌이 들었다. 나만 빼고 모두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 내가 믿는 친구나 가족도 허구라는 것, 내가 선택한 삶이 실은 타의에 의한 것이라는 것.
갑자기 트루먼이 나타나기 전 광장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멈춰 있던 장면이나, 아내가 갑자기 맥을 끊으며 뜬금없이 상품 광고를 해대거나, 죄의식 없이 남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들이 기억에 남는 소름 포인트.
살면서 <트루먼쇼>에 대해 들을 때마다 볼지 말지 계속 고민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오래된 미션을 클리어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고민했던 것만큼 되게 재밌거나 하진 않았고, 끝도 너무 허무해서(첫사랑이랑 만나는 거 보여줄 줄..) 그저 이 영화를 봤다는 데 의미를 두는 그런 영화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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