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영화

세븐 - 브래드 피트, 모건 프리먼, 케빈 스페이시, 기네스 팰트로

세븐 - 브래드 피트, 모건 프리먼, 케빈 스페이시, 기네스 팰트로



넷플릭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시작하기만 하면 내가 여기에 푹 빠져서 영상 보는 재미로 살 거라고.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으려고 햇반을 데우고, 인스턴트도 에어프라이기로 돌리고, 엄마가 싸준 반찬 몇 개도 꺼내서 식탁에 늘어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리모콘을 집어 들고, 넷플릭스의 영화들을 훑고 있는 인간, 바로 나야 나. 


지난 주말 <위대한 개츠비>를 넷플릭스로 봤는데, 괜찮아서 요번에 고른 영화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세븐>. "스릴러 추천해주세요" 하면 자주 언급되는 명작 중의 명작이라는데, 1995년에 개봉한 영화라 보기가 쉽지 않았다(2016년에 재개봉한 줄은 몰랐고^^). 넷플릭스 영화 리스트를 훑어보다가 발견해서 곧바로 재생 버튼을 누르고, 감상에 돌입했다. 




은퇴를 앞둔 관록의 형사 윌리엄(모건 프리먼)과 새로 전근한 신출내기 형사 밀스(브래드 피트)는 위가 찢어질 때까지 먹다가 죽은 뚱뚱한 남성의 시체와 조우한다. 이어서 변호사까지 잔인한 방식으로 살해당한다. 둘은 살해 현장에 남겨진 단어들을 토대로, 범인이 ‘식탐’, ‘탐욕’, ‘나태’, ‘시기’ 등 7가지 죄악에 따라 연쇄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는 걸 알아챈다. 


하지만 범인 추정은 어렵고, 그사이 계속 피해자들은 늘어간다. 뒷조사로 겨우 용의자를 추정한 두 사람은 범인(케빈 스페이시)의 집 앞에서 대기하다 범인과 맞닥뜨리지만, 범인은 금방 도주해버린다. 그리고 며칠 뒤 범인을 놓쳐버린 둘 앞에 범인이 자수를 하고, 그는 “나머지 두 시체가 있는 곳을 알려주겠다”고 하는데, 그 끝엔 엄청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엄청난 결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영화가 진행되면서, 반전은 어렴풋이 눈치를 챘다. 아무래도 기네스 팰트로가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나와야 될 이유가 있는가 싶었고, 또 선배 형사가 계속해서 ‘냉정하라’고 주의를 주는데도 끝까지 ‘냉정’을 찾지 못하고, 불안하게 날뛰던 브래드 피트가 영 신경 쓰였고, 분명 충분히 죽일 수 있었을 텐데, 범인이 총을 겨누지 않았던 것도 찜찜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놀랍게도 맥이 빠지는 게 아니라, 케빈 스페이시 자백 이후 소름 끼치는 눈빛과 대사로 점점 더 긴장감에 빠뜨린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게 1995년도 작품이고,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구성이라는 것(군더더기가 없다). 




여기에 맑은 눈을 하고, 분노에 차서 그렁그렁 눈물을 흘리는 브래드 피트의 열연은 인상적이다. ‘저놈을 쏴 죽여야 한다’, ‘아니, 범인이 원하는 게 바로 그것’이라며 순간적으로 갈등하다, 마지막에 결심한 듯 ‘탕탕탕’ 하고 연발로 쏴 버릴 수밖에 없던 그의 운명…. 그게 너무 처연해서, 영화가 끝나고도 바로 현실로 돌아올 수가 없었다. 


어째서 <세븐>이 스릴러의 정석, 명작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너무도 잘 알 듯한 시간이었다. 더욱이 이 영화로 ‘데이빗 핀처’의 영화는 모조리 볼 준비가 되었다(<나를 찾아줘>도 정말 좋아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