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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비치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비에르지니 르도엔, 틸다 스윈튼

비치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비에르지니 르도엔, 틸다 스윈튼



이렇게 열심히 영화를 봤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넷플릭스를 파는 중. 이번에 본 영화는 디카프리오 주연의 <비치>. 푸껫 여행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 영화의 배경지가 태국이고, 거기에 주로 나오는 비치가 피피섬이라는 얘기가 있어서 골라보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이렇게 생각보다 무섭고, 어두운 영화인 줄은 몰랐다고.  


<비치>는 태국으로 배낭 여행을 온 미국 청년 리차드(디카프리오)가 주인공. 그는 새로운 환경과 낯선 사람들과 맺어진다는 욕망으로 먼 도시로 여행을 떠났고, 방콕의 어느 호텔에 묵게 된다. 그곳에서 프랑스 연인인 에띠엔과 프랑소아즈, 그리고 마약에 찌든 대피라는 사람을 만난다. 대피는 리차드에게 지상낙원이라는 어떤 섬에 관해 알려주고, 그 섬으로 가는 지도도 전달한다. 자신이 꿈꾸는 곳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그는 프랑스 연인인 둘에게 같이 갈 것을 제안하고, 일을 벌인다.  




그 둘과 함께 환상의 섬이라는 그곳에 도착한 리차드. 이곳은 현지인이 관리하는 구역과 여행자들이 정착해버린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드디어 '여행자들의 구역=지상 낙원'에 도달하고, 통성명 후 그들의 무리에 합류하게 된다. 이들의 생활은 이른바 자급자족. 해변에서 생선을 잡아먹고, 식물도 가꾸며 생활하며, 때때로 섬에 있는 대마초를 팔아 식량이나 필요한 것들을 사서 생활한다. 그 외에 나머지는 본인의 욕망에 충실하게 생활하면 그만이다. 


아름다운 섬, 자유로운 사람들 이런 분위기에 취해 사는 나날.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남녀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리차드와 프랑소아즈는 눈이 맞아버리고, 거기에 리차드는 상어까지 잡으면서 의기양양해진다. 그런 그를 눈여겨보던 살(틸다 스윈튼)은 같이 섬 밖으로 나갈 것을 제안하고, 그날 밤 같이 잠자리를 하게 된다(리차드가 비밀로 해야 할 섬에 관한 지도를 다른 이에게 보여준 걸 알게 됨). 행복했던 섬에서의 기억은 이때부터 조금씩 어그러지게 되고, 그곳에 엄청난 비밀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영화의 시작은 '지상 낙원을 찾는다'는 것으로 꽤 가벼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는 점점 심각해진다. 왜냐 그들이 욕망을 추구할수록 일어난 일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니까. ① 오랜 연인 대신 다른 남자로 갈아탔으며 ② 아픈 이를 구하기보다는 버리고 ③ 장 보러 가는 일처럼 수고로움을 떠맡을 땐 철저히 외면하며 ④ 자신의 파라다이스를 지키기 위해 남을 죽이려고 한다. 


이런 걸 보면서 사회에 질서가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달까. 섬에 있던 사람들의 모습은 내게는 욕망과 자유를 즐기는 여유로움이 아니라, 그저 책임은 싫고 나 좋은 것만 취하고 싶은 철부지 어린애의 모습으로만 보였다. 굉장히 이기적인, 루저. 그러니 결말이 그렇게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것. 


영화는 보는 내내 좀 답답하고, 쫄렸지만, 메시지가 뚜렷했고,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아서 신기했고, 재밌었다. 인간의 다양한 군상과 이해관계를 엿보는 것도 좋았다. 더구나 디카프리오의 어릴 적 리즈 미모를 감상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그 나이에 연기력 무엇? 여기에 프랑소아즈로 나온 비에르지니 르도엔이라는 배우가 너무 청량하고 예뻐서 넋을 잃었던 것 같다. 캐릭터는 노답이지만 선남선녀. 푸껫 여행 가기 전에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가 도움이 될지는 아직 전혀 모르겠다. 과연 아름다운 비치를 잔뜩 즐길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