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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생활/채움

무인양품 :: 라탄바구니, 파일박스, 소프트박스 外

'비움'에 관한 책을 그렇게 읽었지만, 물건을 사는 기쁨도 놓칠 수 없다. 깔끔하게 살림하는 사람들의 수납정리법 같은 것들을 읽고 있자니 무인양품에 대한 물욕이 어찌나 차오르던지. 작년에 생겼다는 종로 무인양품점에 뒤늦게 가, 갖고 싶어서 계속 떠올렸던 것들을 홀가분하게 질렀다.

 

매일 같이 온라인 스토어에 들러 구경했던 물건들인데, 막상 눈앞의 가격을 보니 '이게 그렇게 지를 만한가' 싶었다. 바구니 하나가 몇 만원. 선뜻 사기가 그래서 고민을 했으나, 적당한 것으로 타협할 바에야 다소 비싸더라도 원하는 것을 지르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당장의 타협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못 미치는 걸 산다 하더라도 결국엔 그 물건이 아른거려서 다시 사야 할지 모른다. 그거야말로 돈 낭비, 시간 낭비. 

 

원하는 물건들을 구입했다는 생각에 집에 오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인증샷을 찍어두었다. 제대로 된 물건맞이, 환영식이다. 집을 좀 정리하고 싶어서 이번의 구입 품목은 모조리 수납용. 더 필요할 것 같지만, 집과 어울릴지, 더 필요한지 잘 몰라서 최소한만 골라봤다. 수납용품을 다 고른 뒤엔, 카레랑 간식 거리를 좀 더 샀다. 이건 충동구매. 

 

무인양품의 카레가 유명하다는 얘길 들어서 맛을 볼 겸 그린 카레, 고추 치킨 카레를 골랐다. 혹시 모르니 매운맛을 우선으로 골라보았다. 괜찮으면 순한 맛들에도 도전해봐야지. 여기에 간식으로 피넛 초콜릿하고, 고구마 스틱을 샀다(고구마 과자는 집에 오는 길에 먹어버림). 

 

이번에 산 물건 중 예정에 없던 소프트박스. 단단한 것들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실물을 보니까 편안한 느낌도 줄 것 같고, 완전 새하얗지 않아서 적당히 여기저기에 어울릴 것 같아서 골랐다. S 사이즈를 골랐는데, 크기도 딱 적당하게 이쁘다. 

 

직사각형 바스켓  M, 손잡이형 라탄 박스 S. 무인양품 갈 때마다 들었다, 놨다 했었던 라탄 바구니를 들였다. 다른 물건들은 쉽게 사면서 왜 이렇게 사기까지 오래 걸렸냐면, 살림도 제대로 못하는데, 이런 걸 사는 게 무슨 소용이겠나 싶어서였다. 그런데 막상 사서 집에 두고 보니 왜 그렇게 고민했나 싶을 정도로 만족도가 크다. 집에서 볼 때마다 예뻐서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좋아서 이리 들고 저리 들고. 손잡이 없는 걸 고를까 했었는데, 왠지 이것도 궁금해서. 바구니는 너무 괜찮아서 사이즈별로 여러 개 가져도 좋겠다 싶다. 무인양품 바구니는 여러 개 쌓아서 쓰기도 하고, 활용도가 높다. 

 

물건을 산 김에 집정리를 해보았다. 아직 몇 개 사지 않아서 생각했던 것만큼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는데, 그래도 덕분에 정리 한번 해보고 하는 거니까. 주방 옆 공간에 이것저것 널려 있던 걸, 소프트박스로 정리. 어떨지 몰라 하나만 샀는데, 괜찮은 것 같아 더 사서 통일성 있게 다시 정리할 예정이다. 

 

현관 옆에는 행어가 있다. 상단은 외투를 걸고, 아래쪽은 2단으로 수납받침이 있는 구조. 그런데 여기에 외투와 함께 가방들이 정신 없이 걸려 있었고, 그 아래 수납대엔 모자가 어수선하게 널려 있었다. 행어에 걸어둔 가방들은 여러 개라 다른 걸 쓰려고 하면 하나씩 빼는 게 번거로웠고, 모자는 매번 외투에 걸려 수납대 아래로 떨어지기 일쑤. 위쪽에 주렁주렁 물건을 걸어두지 않고, 바구니에 가방+모자를 따로 모아두었다. 역시 꺼내려면 살짝 번거롭긴 한데, 그래도 미관상 잘 가려져 속이 편안하다! 

 

작은 손잡이형 바구니는 테이블 위에 배치했다. 그동안 이보다 큰 박스에 잡동사니를 대충 넣고 있었는데, 바구니가 작아진 김에 기존 물건은 좀 처분했다. 이제 여기엔 잊어버리면 안 되는 바우처나 리모컨, 물티슈 같은 것들을 담아둔다. 다른 건 몰라도 리모컨 고정 자리가 생긴 게 제일 좋다. 

 

그리고 방의 책상. 왼쪽의 알록달록한 책들이 그동안 엄청 거슬렸다. 정리는 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책을 항상 안 볼 수도 없고. 그래서 적당히 색이 묻히도록 파일박스를 구입했다. 스탠다드 와이드형. 불투명한 화이트 그레이랑 살짝 투명한 것 중 고민하다가 불투명한 건 너무 인위적일 것 같아 보다 자연스러운 쪽을 골랐는데 만족스럽다.

 

일단 첫 시도는 다 괜찮은 듯. 지금처럼 조금씩 맘에 드는 물건을 발견해서, 집의 부분부분을 깔끔하게 바꿔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