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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라이프 트렌드 2016》 : 김용섭

《라이프 트렌드 2016》 : 김용섭

 

 

출판사 부키에서는 매년 라이프 트렌드를 짚어주는 책이 발간되고 있다. 작년 트렌드를 알려준다는 게 신기해서 집어들었다가 생각보다 심오하고, 재미난 글에 푹 빨려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다음에 또 나온다면 무조건 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신간 이벤트에 뜬 <라이프 트렌드 2016>. '드디어 나왔구나'란 마음에 요행을 바라며 신청해봤다. 다른 관심 있는 신간 이벤트도 종종 참여하는 편이었는데, 이건 당첨이 되지 않는다 해도 보고 싶은 책이어서 덧글을 정성스럽게 달았다. 사실 신간 이벤트가 뜨기 전에 네이버에서 신간 연재를 하는 걸 보고 발견할 때마다 읽곤 했었던 터라 그 얘길 썼더니 읽고 싶어하는 마음이 잘 드러났는지, 무료로, 남보다 더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이번편의 주제는 '취향'이었다. 위너의 취향저격이라는 노래도 있고, 모바일이나 웹 광고를 보더라도 여기저기 '취향'이라는 말을 많이 보았었는데, 역시나 트렌드책에도 그게 담겨 있었다. 장은 크게 3장으로 나뉘어 있었고, 1장 컬처 코드, 2장 라이프 스타일, 3장 비즈니스 & 소비를 다뤘다. 읽으면서 너무 신기한게 요즘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부분들이 트렌드와 딱 맞닿아 있다는 것. 트렌드랑은 좀 거리가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나 역시 사회의 영향을 받는 대중의 하나가 맞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건 결혼문화, 슬로족, 웰다잉, 홈퍼니싱, 도시농부. 즉, 잘먹고 잘사는 일이다. 그러니까 아둥바둥 성공을 꿈꾸기보단 일상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졌달까. 그렇게 도달한 내가 원하는 것이 나이들 때까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면서 사는 일, 건강을 돌보며 편안한 마음을 가지는 일, 안티에이징이 아니라 웰에이징하면서 늙어가는 일, 내가 사는 공간을 값비싼 가구가 아니라 나의 취향에 맞는 형태로 꾸미는 일,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스스로 좋은 음식을 먹는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내 관심이 책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러한 흐름은 웰빙 > 힐링의 시대로 말만 바뀌었지 사람들에게 계속 소비되고 있는 트렌드란다.  

이런 이야기들이 동떨어진 채로 나오지 않고, 다양한 기업들과 문화와 접목시켜서 풀어나가서 재밌다. 홈퍼니싱만 해도 자주, 이케아, 버터, 한샘 등 관심 있던 브랜드랑 연관시켜서 보니까 잘 와닿았다. 이케아가 국내에 상륙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한샘의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는데, 오히려 이케아와 함께 동반 성장도 하고, 매출액도 늘었다니 신기했다. 

 

 

1장 컬처 코드랑, 2장 라이프 스타일은 대강 내가 관심있어 하던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3장 비즈니스 & 소비는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깊이 있게 알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다. 가장 놀라웠던 건 기업들의 플랫폼 만들기랑 로봇의 시대였다.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전자에서 '전자'를 뺀 삼성으로 로고를 바꿨단다. 이는 전자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조용한 야심이었다. 그런데 이런 삼성에게 가장 아쉬운 일은 제조업체로서는 우위에 있지만 플랫폼이 미흡하다. 구글이나 애플은 플랫폼을 키우면서 또 다른 산업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삼성은 없어서 10년마다 기업들이 위기를 맞는 시대에 그 향방이 주목된다는 이야기였다.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 구글과 애플이 브랜드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알뜰폰 시장에도 뛰어드는 것도, 나는 잘 모르는 그.사.세 같았다. 스마트폰이 나올 때만 해도 이렇게 급 세상이 바뀔 줄 몰랐었는데, 언제나 그들은 한 수, 아니 열 수쯤은 우습게 앞서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레일 위로 따라가는 것만 같아 약간 무서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로봇의 시대를 읽을 때는 더욱 그러했다. 드론이라는 게 유행일 때만 해도 그게 그렇게 큰일일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세상이 올 것이란 생각은 했지만 훨씬 가까운 미래인지도 몰랐다. (이미 사용화되고 있는 로봇도 있다니!) 이 로봇이 청소를 대신해준다거나, 불치병을 앓는 아이들에게 친근한 말벗이 되어 준다거나, 독거노인의 건강도우미가 된거나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사무직, 단순반복의 노동 등을 비롯한 일에 투입돼 일자리를 몽땅 빼앗아가게 될 것이라는 얘긴 우려가 됐다. 창의적인 직업엔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출판업에 종사하고 있는 나는 로봇에 의해 대체되어질까? 아니면 대체되기 전에 이미 업계 자체가 사장의 길을 갈까? 하는 괜한 두려움이 생겨났다.  잠깐 한눈 팔면 휙- 휙- 바뀌는 세상에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큰일나겠다 싶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보너스 같은 히든 트랙' 페이지가 나왔다. 바로 저자의 트렌드 파악하는 세 가지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노하우는 첫째, 다양한 잡지를 많이 보는 것, 둘째, 직접 경험해 보고 접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 셋째, 매일매일 뉴스나 정보를 정리하고 메모하는 것. 전부를 하면 좋겠지만 자신이 없고, 하나라도 해야지 해본다.

 

 

*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