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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도쿄, 도쿄아트북페어(2016)

도쿄, 도쿄아트북페어(2016)

 

 

아사쿠사를 떠나, 그다음으로 찾아온 곳은 아오야마잇초메역이었다. 왜 여길 왔느냐면, 바로 도쿄아트북페어를 보기 위해서였다. 사실 이번 도쿄여행의 메인 이벤트는 북페어였다. 핫한 곳을 발빠르게 찾아내던 ㅇㅈ씨가 도쿄에 독립출판물을 전시하는 도쿄아트북페어가 열린다고 했고, 그곳엔 우리나라 사람들도 참가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책'이라는 공감대가 있으니까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했던 건데, 어차피 도쿄도 좋고, 책도 좋고, ㅇㅈ씨도 좋고! ok, ok해서 오게 된 것이다.  

 

 

도쿄아트북페어를 가기 전엔 이런 길을 걷는다. 초록초록한 나무들에 둘러싸인 이런 조용한 길을 걷는 게 이번 여행의 기쁨이었다. 간혹 비가 왔지만 돌이켜보면 중요한 순간엔 고맙게도 비가 오질 않았다. 아침엔 팀장님과 아사쿠사를 갔어서, 넷이서 다시 만났을 땐 아침에 못봤던 ㅇㅅ씨와 같이 걸었다. 그런 데에는 팔할이 아사쿠사 자랑을 위해서였던 것 같다. 엄마가 어디 좋은 델 갔다오면 카톡으로 사진을 계속 보냈던 것처럼, 카메라를 들이밀고 '이것 봐봐요'를 외쳐댔던 것 같다. ㅇㅅ씨는 내가 아사쿠사를 갔다온 동안 블루보틀에 다녀왔는데, 테이크아웃 커피를 내밀며 사진을 찍으라 했다. '내가 마신 것도 아닌데요?'라며 거절하는 듯 말했으나 결국엔 구도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이른바 허세왕.  

 

 

 

잠시 떨어져 있던 시간 뭔 일이 그리 있었는지 떠들다 보니 금세 도착했다. 오호라 여기가 도쿄아트북페어가 열린다는 그곳이구만. 걸음을 옮기니, 주황색 비닐백과 팸플릿 더미를 무료로 나눠주었다(처음엔 기념이지 하면서 받아, 고이고이 집에 모셔왔건만 나중엔 쓰레기통에 직행했단 말씀). 이때의 내 기분은 뭐랄까. 도쿄까지 찾아와 북페어를 둘러본다는 게 어쩐지 굉장히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복잡한 마음이었다.   

 

 

 

북페어라고 해서 사실은 코엑스 박람회 같은 걸 생각했었다. 그 정도의 규모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행사이니만큼 큰 규모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둘러보니 생각보다는 소박했다. 내가 느끼기엔 이곳 전시에 참여하는 학생들이나 관계자의 지인들이나 디자인에 관심있는 사람들, 혹은 지역 주민들이 가볍게 마실 삼아 둘러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더 가볍고, 편안한 행사 같았달까.

각 교실에선 일정 주제에 따라 구역을 나눈 듯했고,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포스터, 출판물, 스티커, 다이어리 등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다. 마음에 들면 뭐라도 사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가격이 착하지 않았다(하나 맘에 든 게 있어서 사볼까 하고 물어봤더니, 명함이었다. 하핫). 도쿄라서 뭔가 쌈박한 뭔가가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우리나라의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볼만한 것들이었다. 충분히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손이 잘 가진 않았고, 그저 요런 문화행사에도 참여해보는 구나- 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언제 또 학교에 안에 들어와서 학생들이 준비한 작품을 보겠어.

 

 

 

도쿄아트북페어를 별 볼 일 없었다는 듯이 쓴 것 같은데, 젊은 학생들의 노력이랄까, 창의성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여행을 와서 누구나 갈 법한 곳이 아니라 새로운 곳을 찾아가본다는 느낌도 좋았고. 간혹 굿즈를 보면서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아닌데 이렇게 멋진 작품도 만들어내는구나 싶은 신선한 자극도 받았다.

그리고 미소짓게 하는 사진 속 멘트 같은 걸 만나면 기쁨은 2배. "You can touch the books! (Please do)" 만져달라니, 귀엽다.

 

 

바깥에선 교내 행사답게 음식도 준비해서 파는 부스도 있었다. 처음 도착했을 땐 휑뎅그렁했는데, 1-2시간 정도였나 북페어를 다 둘러보고 나니까 나름의 모양새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의 다음 일정은 도.쿄.맛.집을 찾아가는 것이어서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저, 그래서 뭘 파는데? 정도의 느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