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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도쿄, 나카메구로 사이드워크스탠드

도쿄, 나카메구로 사이드워크스탠드

 

 

앞장선 ㅇㅈ씨를 따라가기만 했던 거라 어떻게 도착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이곳. 사이드워크스탠드. 앞서 썼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나카메구로 사진에서 직진하다보면 나왔던 곳인데, 이렇게 말한다고 알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 나도 모르겠는걸. 어쨌든 그 유명한 나카메구로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요렇게, 사이드워크스탠드라고 써 있는 2층 건물인 카페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원목이 도드라지는 따뜻한 색감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에서부터 찾아서 왔을 만큼 기대가 컸던 곳인데,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다. 작은 공간이긴 해도 핫플로 소문난 집 특유의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었다. 그게 뭐냐고 물어본다면.. 꽤나 당당한 느낌이랄까. 어찌되었건 이곳에 도착했을 땐 계속 이리저리 이동만 하다가 드디어 한 곳에 정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진짜 눈물나게 좋았었다(이날 정말 이래저래 눈물이 날 것 같은 일이 많았다).

 

 

메뉴판은 가게에 들어서면 보이는 테이블에 위에 놓여 있다. 가격대는 음료는 라테 480엔, 에스프레소 380엔, 모카 530엔이고, 아이스엔 50엔이 더 붙는다. 나머지 샌드위치는 850~900엔대, 홈메이드칠리 살사는 480엔 정도다. 그러니까 샌드위치는 좀 비싼데, 커피는 마실 만한 정도. 여기에는 오렌지청을 섞은 라테라던가. 그게 좀 특이한 메뉴였다던 것 같다. 하지만 처음 가보는 카페에서 내가 고수하는 메뉴는 아이스 카페모카이므로 여기서도 모카를 시켰다.

 

 

라테 2잔과 모카 1잔. 역시 모양새는 라테가 확실히 예쁜 것 같다. 하지만 커피는 역시 모카다. 카페에서는 1층에서도 마실 수 있는 듯했으나, 우리는 주인이 빤히 보고 있는데 자리를 턱 하고 차지하고 앉아서 계속 버틸 만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얼른 사진을 찍고서 2층으로 이동했다.

 

 

커피의 맛을 잘 아는 건 아닌데다, 오래전의 일이라 맛이 잘 기억은 안 난다. 그래도 더듬어보면, 오렌지청을 넣었다는 그 라테는 별반 다른 맛이 나지 않았던 것 같고, 모카도 나쁘지 않았던 수준이었던 것 같았다. 기억하기론 '맛있어 죽겠어'는 아니었던 걸로.  

 

 

2층으로 올라가면 이런 모습이다. 커다란 테이블이 중심에 있고, 그 테이블 곁으로 등받이 없는 의자가 몇 개씩 놓여 있다. 그리고 집의 부엌처럼 개수대가 있는 게 특이했다. 사진에는 화분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지만 왼쪽의 네이비 문이 화장실이다. 기억으로는 여길 2번 갔는데.. 화장실이 예뻤던 기억하고, 밖에 소리라도 들릴까봐 괜히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난다.

 

 

이날 여기엔 먼저 온 여자손님 2명과 우리 3명이 손님의 전부였다. 처음엔 이 좁은 공간에 얘기하다보면 다 들리고, 사진 찍어도 다 보여서 민망하고, 신경이 쓰였는데 여자들이란 어떤 존잰가. 조금만 지나면 자기들끼리 할말하기 바쁜 존재들 아닌가. 우리도 꽤 오래 버텼던 것 같은데 이 여자손님들도 진짜 오래 버텼다. 누가 먼저 여길 떴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날 우리가 했던 대화는 여행 중 가장 진지했고, 가장 길지 않았었나 싶다(숙소에 가면 쓰러지기 바빠서). 여기에 와서야 이것도 봐야지, 저것도 봐야지 라는 마음에서 벗어나서 좀 여유로워졌던 것 같다. 이때의 기억 때문인가 나카메구로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ㅇㅈ씨 아니었으면 나카메구로에도, 이런 카페에도 오지 못했을 텐데 고마웠다. 이 여행이 아니었으면 나는 이 작은 카페를 찾아가기 위해 이렇게 애쓰지 않았을 거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아무 카페에나 들어갔겠지.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왜 나는 저런 뜨는 카페를 가보지 못했던 걸까'하고 아쉬움에 사로잡혔을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