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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도쿄,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

도쿄,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

 

 

나카메구로 카페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다가, 다음으로 찾은 곳은 츠타야서점이었다. 카페에서 여기까지는 걸어도 충분한 거리로, 가는 동안 사뿐사뿐 걸으며 동네 구경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매거진 B나 여러 블로그, 책을 통해 보았던 츠타야의 익숙한 외관이 보였고, 이걸 담겠다고 계속 비가 오는데도 밖에서 셔터를 눌러댔다. 사실 메이지 신궁에서 체력의 한계를 느껴, 이곳을 포기하려고 했었는데 도착하니까 오길 잘했다는 마음이 정말 많이 들었다.

 

 

이곳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은 구조가 특이했다. 위로 층층이 건물을 올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위로 옆으로 건물이 딸려 있는 형태였다. 식당이나 편의점도 같이 있어서 이 동네 주민이라면 아침 일찍 와서 밤까지 주구장창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은 이날 생각보다 별로 없었다(엄청 붐빌 거라 예상해서)사진은 찍으면 안 된다고 써 있었지만.. 눈앞에 이런 곳을 두고 그냥 갈 수 없어서 아무도 없을 때 조용히, 빨리 몇 컷을 찍었다. (문제가 될까..)

 

 

서점답게 건물마다 예술, 요리, 여행, 잡지 등으로 분야를 나눠서 책을 구비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책이 우리나라보다 작아서 그런지 책장에 많이 꽂혀 있는 게 인상 깊었다. 가끔 주제별로 관련 책들만 뽑아 놓은 것도 볼만했고. 가장 좋았던 건 우리나라에도 번역출간된 원작의 디자인을 보거나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어떤 책들이 나왔나 하고 돌아볼 수 있었던 것(하지만 별로 사고 싶은 책들은 없었다. 만화를 찾았는데, 만화 코너가 없었던 게 놀라웠다)이곳엔 책 말고도 CD나 DVD 공간도 있었다. 특히 DVD가 저렴해서 ㅇㅅ씨가 살까 했었는데, 알고 보니 대여였다. 어쩐지.

 

 

츠타야서점은 출판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상승한 독특한 서점이라서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졌다. 그렇게 된 데에는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문화 전체를 판매하는 방식이 있었다. 요리책을 찾는다고 하면, 가정식, 이탈리아음식 이런 식의 분류만을 따른 것은 기존 서점이고, 여기엔 그와 관련된 요리도구, 식기 등을 한꺼번에 파는 것이다. 듣기론 북소믈리에라고 해서, 손님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책을 권해주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는데, 다이칸야마엔 없는 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궁금했던 츠타야에 한 번 올 수 있어서 좋았었다.

 

 

그리곤 츠타야서점을 떠나 신주쿠 숙소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타려고 길을 나섰다. 8시가 넘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주변 매장들은 다 문을 닫았는데(우리나라라면 한창 열었을 시간인데 말이지), 그래도 거리나 곳곳이 예뻐서 잠시 우리끼리 포토타임을 가지기도 했다. 특히 테노하(TENOHA)라는 곳이 조명이 켜진 게 예뻐서 한동안 발을 떼지 못했다. 보니깐 인테리어소품을 파는 것 같았는데 못본 게 아쉬웠다. 요리는 못해도 그릇 구경은 좋아하는데, 아쉽아쉽.  

 

 

예뻤던 이 동네를 떠나는 게 아쉬워서 지하철을 타러 가는 이 순간에도 돌아서서 다시 사진을 찍고, 찍고. 비가 와서 정말 고생스러웠는데, 오히려 비가 와서 느낌이 더 있었던 곳. 다음 날 이곳을 함께하지 못했던 팀장님한테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이렇게 이쁜 곳을 못 갔다며 아쉬워하셨을 정도.

다이칸야마는 아니지만 이날 돌아다녔을 땐 잘 몰랐는데, 최근에 본(2013년 작) 일드 최고의 이혼의 배경이 '나카메구로'였다. 그래서 보는 내내 여행의 기억이 새록새록 났었다. 아무것도 몰랐어도 좋았는데, 다시 찾는다면 훨씬 좋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