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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유후인, 세이안 료칸(星庵) 시설후기

유후인, 세이안 료칸(星庵) 시설후기


 

후쿠오카 여행의 메인, 유후인의 날이 제대로 시작되었다. 후쿠오카 여행을 계획하게 된 것도 실은, 인터넷에 올라온 세이안 료칸 후기를 보고서였다. 언젠가 료칸에 꼭 가고 싶다고는 생각했었는데, 겨울인데다 퇴사까지 한 몸으로 지금보다 적기는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홀린듯이 '일본유랑기'를 통해서 '세이안 료칸'을 훑고, 예약완료. 료칸은 1박에 17,800엔*2인=35,600엔, 우리나라돈으로 390,900원에 달했다. 석식과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고, 방에 개별노천탕이 있어서 그런지 비싸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이미 멈출 수 없었다. 

(일본유랑기는 처음이었는데, 사이트에서 예약 후, 메일로 송장이 오고, 그대로 결제하면 예약이 확정되는 구조. 확정되면 숙박권과 함께 다시 한번 유의사항이 적혀 와서 편했다)

 

 

그렇게 임뚱하고 찾은 유후인, 세이안 료칸. 인터넷으로 후기들을 훑고, 또 훑었는데 이렇게 그 장소에 와 있다니 실감이 나질 않았다. 꿈같은 기분. 몇 번의 여행을 했지만, 특정 장소를 꼭 가고 싶어서 여행을 지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좀 특별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하자 여주인 분이 얼른 나와서 친절히 맞아준다(일드나 만화책에서 봤던 그 정갈하고, 친절한 느낌). 

 


체크인을 하면 열쇠를 따로 전달해주는데, 그걸로 들어와 방에 딸린 미닫이문을 열면 깔끔한 좌식테이블이 한눈에 들어온다. 테이블 위에는 간식용으로 놓아둔 호두과자와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도록 메뉴판이 있었고, 방 한쪽엔 옷장, TV, 히터가 놓여 있었다. 이 료칸은 호텔처럼 세련된 가구나 통일감이 있거나 한 곳은 아니었는데, 일본에서 다다미방은 처음이어서 신기하고, 정말 여행을 온 기분이 났다. 



방을 눈으로 휙 둘러보고선 냉장고를 찾았다. 후기로 이곳에 오는 손님에게 '술 한병과 요쿠르트'를 준다는 소리를 들어서, 없나 하고 찾아봤는데 예쁜 쟁반에 담겨 있었다. 이걸 온천수 위에 띄워놓고 마시면 완전히 신선놀음이라고(그 소리를 듣고 해봤는데 진짜로 천국이 따로 없었다). 

 

 

 

방의 맞은편에는 미닫이문이 있고, 그 문을 열면 마주보고 화장실과 세면대가 작게 꾸려져 있다. 세면대엔 세안에 필요한 기본도구들이 갖춰져 있었고, 화장실엔 호텔에선 볼 수 없던 탈취제까지 있어서 조금 신기했다. 다만 불편한 게 있다면, 욕실이 안에 없어서 머리를 감거나, 씻을 때 바깥에서 씻어야 했는데, 너무 추웠다는 거.

 

 

방을 다 둘러보고 난 뒤엔, 제일 보고 싶었던 노천탕으로 달려갔다. 세이안 료칸은 다른 료칸과 달리 다 같이 이용하는 대중탕이 없고, 방마다 개별 노천탕이 딸린 것 같았는데, 난 오히려 그 점이 좋아서 여기로. 물은 노천탕이라 처음엔 좀 식어 있는데, 잠금을 풀어서 온도를 조절하면 된다. 온수를 적절히 맞춰놓고 물에 들어갔는데, 물소리가 졸졸 들리고, 나무에서 잎하고 꽃이 물위로 떨어지는 광경도 좋고, 몸은 뜨근하고, 공기는 차갑고. 그 적절한 온도차에 몸이 노곤노곤해지는 게 정말 좋더라.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씻기는 너무 추웠고, 거기다가 옆 객실의 말소리가 다 들린다는 점이 좀 아쉬웠다(우리가 묵었던 날, 손님이 전부 한국인이었는데, 그래서 더 조심스럽기도 했었고ㅠㅠ). 


 


방마다 개별로 입을 옷을 줘서 입고 다녔는데, 맞게 입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막상 입으니 일본에 왔다는 실감이 나서 좋았다. 이런 때 아니면 입기 힘드니까. 이곳에 도착해서 쉬고, 온천하고, 잠깐 밖에 다녀오고, 저녁 먹으러 온 사이, 방은 어느새 테이블은 저리가고 정리되어 있었다. 폭신하고 두툼한 이부자리가 한가운데에. 주인분이 우리가 묵는 내내 너무 친절했고(한국어도 곁들이면서 안내해주심), 세세하게 신경써주셔서 엄마 같은 느낌이 들었던 료칸이었다. 덕분에 유후인이 더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