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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식당, 카페

성수동 카페, 레이어57(Layer57)

성수동 카페, 레이어57(Layer57)



며칠 전 EJ씨에게 연락이 왔다. 언제쯤 시간이 나냐고 해서 오늘도 괜찮아요, 하고 대답했는데 역시나 무리수였고. 다시 약속을 잡아, 목요일에 만나게 되었다. 몸이 자유로운 상태라 어디든 갈 수 있었지만, 성수동까지 와준다는 말에 거절은 하지 않았다. 당일 낮에 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준비해야지, 하다가 가까우니까 천천히 하자, 하다가 결국엔 2분 늦었다. 가까운 사람이 더 게으르다는 말은 진리인 것 같다. 



성수동에 갈 만한 곳이 없어요, 라고 말했는데 역시나 EJ씨가 또 다른 신생 카페를 알려주었다. 레이어57(Layer57). 세상에 이런 건 어떻게 잘 아는지, 매번 이렇게 새로운 곳을 안내받을 때마다 놀란다. 이런 약속도 없었다면 동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지. 카페는 성수역 3번 출구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미술관을 연상시키듯 심플한 외관이 인상적인데, 주변은 좀 휑뎅그렁하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창고처럼 보이는 것들도 있고, 카페 자체는 예쁜데 주변은 카페의 멋에 조금도 따라오질 못하는 느낌이었다. 



보통은 카페에 먼저 들어갈 텐데, 외관이 예뻐서 들어오지도 않은 채 사진을 찍었다. 찍고 있을 땐 신이 나서 몰랐는데, 나중에 포스팅 올리려고 사진을 확인해보니 정면으로 직원 분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더 정확한 정보를 찾아보고 싶어서 다른 블로그를 보니까 아직은 가오픈 상태인 모양이다. 정말 신생 카페. 그래서 7시에 이 카페에 들어왔는데, 8시가 마감인데 괜찮겠냐고 물어보셨다. 괜찮다고 하고 들어왔다. 



가오픈 상태이기도 하고,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으나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이 넓은 공간을 차지한다는 게 약간은 민망했으나 곧 민망함은 사라지기 마련이고.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기에 이르렀다. 인테리어 자체가 <킨포크>를 연상시키는 듯 심플하고, 식물친화적인, 여유 있는 느낌이었다. 소파나 의자, 테이블 위에 놓인 책자, 과하지 않게 자리에 있던 식물들이 정말 예뻤다. 조명도, 벽에 걸린 사진도, 넓은 창도 다 좋았다. 



은주씨는 뭘 시켰더라. 라떼인가? 나는 오렌지 에이드를 주문했는데, 컵도 너무 예뻤다. 뭔가 좀 더 넓은 느낌에 투박한 컵이 나오리라 생각했는데, 컵까지 예쁘다니. 가격은 6500원 정도였으니 조금 비싼 편인 것 같은데, 맛있었고, 일단 이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좋아서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인스타 하는 여자들이면 느낌 있게 찍을 수 있어 좋아할 것 같다). 

 


이날 만나기 전에 실은 최근에도 만난 것 같은데, 어째서 EJ씨가 또 보자고 한 걸까, 하고 궁금했었다. 알고 보니 결혼이 얼마 안 남았는데, 선물을 주고 싶어서라고. 왜 이렇게 예쁜 사람들은 예쁜 행동만 하지? 그릇이나 컵도 생각했었지만 많이 있을 것 같아 편집숍에서 테이블매트랑 코스터를 샀다고. 이런 선물은 사실 예쁘다고 느끼면서도, 내 돈을 주고서 잘 사지 않게 되는데 선물로 생기니 더더 좋았다. 더군다나 내 취향으로 고르려고 고심했다는 얘길 들으니 더 감동. 잘 쓸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