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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식당, 카페

종로, 익선동 - 이태리총각, 솔내음

종로, 익선동 - 이태리총각, 솔내음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얼른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휴대폰이 고장나는 바람에 며칠 동안 집밖엔 나가지도 못했고, 겨우 내 손에 아이폰이 들어오고 나서야 만날 수 있었다(한 사람이 빠지게 된 관계로 곧바로 또 만나기로 했고). 우리는 가까운 '종로 익선동'에서 만나기로 했다. 같이 지난번에도 왔었던 곳이지만, 그 사이 검색해보니 가보지 못했던 곳들이 많이 생긴 것 같아서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몇 번 와봤던 곳이라서 특정 음식점을 생각해두진 않았었다. 새로 생긴 곳이 있는데, 가면 끌리는 대로 가지 뭐, 정도의 마음으로 갔다. 다행히 골목마다 카페, 식당들이 많아서 기다리지도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첫 골목을 들어서자마자 인터넷으로 봤던 '이태리총각'이 보이길래 들어갔다. 종로에 이런 공간이 생기다니 볼 때마다 감개무량. 한옥 콘셉트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마음에 들지만, 소품, 메뉴판 등 하나하나 신경 쓴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컵도 내 취향이었고, 벽에 걸린 사진들도 느낌 있었다.

 

 

 

메뉴를 두고서 고민을 하다가 마르게리타, 리코타 샐러드, 까르보나라를 시켰다. 주위를 둘러보니 '총각 피자'가 더 많이 눈에 띄었지만, 피자 형태가 롤처럼 생겨서, 그냥 기본 피자를 먹기로 했다. 까르보나라와의 조합도 생각한 거기도 했고. 도전은 다음에. 가격은 1만원대 중후반 정도로 나쁘지 않고, 양도 꽤 많은 편아서 셋이서 먹었는데 많이 남겼다. 시켰던 메뉴 중에선 샐러드가 제일 비주얼이나 맛이 좋았다. 샐러드는 사이드 느낌으로 시킨 건데, 이게 메인 감이라니. 그만큼 파스타랑 피자는 조금 아쉬웠다.

 

 

 

일단 저녁을 먹고서, 2차 카페를 가기로 했다. 저녁이 되니 커피보다는 맥주를 먹어야 할 것 같은 가게들이 많아서 쉽사리 들어가지 못하고 천천히 예쁜 골목들을 구경하면서 돌아다녔다.   

 

 

그러다 처음 익선동 이 골목에 들어섰을 때 봤던 '솔내음'이라는 카페로 향했다. 어차피 목적은 앉아서 얘기하는 것이지 맛을 따지는 게 아니었으니까. 일단 들어가고 보자였다. 이곳 역시 한옥 카페로, 좌식 자리까지 마련된 아늑한 카페였다. 지난번에는 기다리면서 들어갔던 것 같은데, 이날엔 이상하게도 갈 때마다 자리가 넉넉했다. 다른 포스팅을 보니까 만석이라는 글도 있던데 운이 좋았던가 싶다.

 

 

자리에 앉고, 메뉴판을 직원이 내주었다. 앞장을 보고 있었는데, "뒤에도 메뉴 더 있어요"라고 하시길래, 뒤집어서 뒤쪽을 봤더니, 그 뒤가 아니라 다음 장이더라. 아니, 메뉴판이 저 모양인데 왜 뒤집었지? 나의 얼간이 같은 행동에 ES씨가 "선배니임~"해서 그럼 미리 말해주지 그랬냐고 했더니, 말하는 속도보다 내 손이 빨랐다고 했다. 바보짓할 땐 왜 이렇게 빠르나 몰라.

메뉴를 보고 실은, 레몬에이드가 먹고 싶었는데 없어서 고정 메뉴 카페모카를 골랐고, 나머지는 복숭아 아이스티, 레몬그라스를 골랐다. 얘기하는 데 바빠서 맛은 미처 못 물어봤고, 카페모카는 우유가 너무 많이 들어갔는지 밋밋했다. 커피보다는 커피우유에 가까웠다.   

 

 

여기서 있다 보니 어느새 마감 시간이 되었다. 이미 ES씨는 눈이 풀려갔는데, 헤어지기 아쉬워서 모른 척했다. 결국 다른 손님들이 다 일어나고,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 될 때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안쪽에서 마셨는데, 바깥으로 나오니 여기도 운치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곳 익선동은 어딜 들어가는 평타는 치니까 잘될 수밖에 없다. 다들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가게도 깨끗하고, 흔치 않은 한옥 스타일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조만간 아직도 데려오지 못한 임뚱을 데리고 한번 더 와야지.